국제복싱협회(IBA)가 XY염색체(남성 염색체)를 가진 선수와의 경기에서 기권한 안젤라 카리니(26‧이탈리아)에게 올림픽 금메달 상금에 준하는 지원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3일(현지시각) “2024 파리올림픽에서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와의 경기를 46초 만에 포기한 카리니에게 올림픽 챔피언과 같은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BA는 카리니에게 5만 달러, 카리니가 속한 연맹과 코치에게 각 2만5000달러를 수여해 총 10만 달러(약 1억3615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
크레믈레프 회장은 “저는 카리니의 눈물을 볼 수 없었다”며 “저는 왜 그들이 여성 복싱을 죽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해 자격을 갖춘 선수만 링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칼리프와 동일하게 XY염색체를 가진 린위팅(28‧대만)에게 패한 시토라 투르디베코바(22‧우즈베키스탄)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IBA는 “복싱 역사상 전례 없는 이번 조치는 복싱에 대한 선수, 코치, 국가연맹의 노고와 헌신에 기반해 선수들에게 최상의 지원을 제공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논란은 작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시작됐다. 칼리프는 여자 66㎏급, 린위팅은 여자 57㎏급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복서로, XY 염색체를 가져 성별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IBA는 칼리프의 결승전을 앞두고 실격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가 아니라 ‘여권’으로 기준으로 성별을 판단한다며 두 선수의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빼앗지 않았다.
IBA는 승부조작 등으로 IOC 징계를 받아 올림픽에 관여하지 못한다. 파리올림픽 복싱 종목은 IOC가 설립한 임시 기구인 파리복싱유닛(PBU)이 주관하고 있다.
비난 여론 속에 지난 1일 열린 16강전에서 칼리프와 싸운 카리니는 46초 만에 기권했다. 카리니는 “코에 강한 통증을 느껴서 더 뛸 수가 없었다”며 “남자들과도 여러 번 경기를 해봤지만 이런 통증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경기 후 칼리프의 성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선수가 여성과 맞붙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