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에서 승리한 프랑스 테디 리네르가 김민종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뉴시스

김민종(24)이 ‘괴물’들이 즐비한 남자 유도 최중량급(100kg 이상급)에서 귀중한 은메달을 따냈다.

김민종은 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프랑스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 테디 리네르(35)에 허리후리기 한판패로 졌다.

리네르는 세계선수권 개인전 11회 우승, 올림픽 금메달 3개에 빛나는 레전드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로 나설 만큼 국민 영웅이다. 김민종은 프랑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리네르를 상대로 아쉬운 패배를 거뒀다. 리네르는 김민종의 손을 함께 들며 함께 싸운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체격이 좋은 서양 선수들이 위력을 발휘하는 최중량급에서 한국 남자 유도가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은 36년 만이다.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이 1984 LA 올림픽과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연달아 동메달을 걸었다. 여자 최중량급에선 김선영이 2000 시드니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 유일한 메달 기록.

키 184㎝, 체중 135㎏의 김민종은 유럽 선수들이 득세하는 최중량급에선 왜소한 편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모자란 체격 조건을 만회하고자 체중을 늘리는 대신 스피드와 민첩성을 강화하기 위해 몸무게를 135kg에 맞췄다. 최중량급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교파인 그는 이 체급에선 드물게 업어치기를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빗당겨치기 등 변칙 기술도 잘 사용한다.

준결승에서 자신보다 키가 5cm 더 크고 30kg가 더 나가는 사이토 다쓰루를 업어차기 한판승으로 꺾은 장면은 압권이었다. 결승에서도 키 203cm에 체중은 150kg에 육박하는 리네르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

어린 시절 어머니 김인숙씨와 함께한 김민종. / 가족 제공

유도 최중량급에서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린 김민종은 ‘마장동 정육점 둘째 아들’이란 수식어로 유명하다. 아버지 김병준씨는 현재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정확히는 ‘신원축산’이라고 하는 돈육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정육점이나 식당에 고기를 납품하는 일을 한다.

마장동에서 3남1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체격이 남달랐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던 초4 말썽꾸러기는 부모님 권유에 따라 동네 유도장에 갔다. 김민종은 금방 소질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전국 대회를 휩쓸었다. 아침 저녁으로 부모님이 마련한 좋은 부위의 고기를 먹으며 무럭무럭 성장한 그는 보성고 3학년 때인 2018년 태극 문양을 가슴에 달았다.

2019년 세계선수권은 김민종의 존재를 전 세계 유도계에 알린 대회였다. 100kg이상급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동메달을 따냈다. 코로나가 세상을 덮쳐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았을 때는 부모님을 도와 마장동에서 돼지고기를 나르는 일을 했다. 1톤 분량의 고기를 매일 나르며 자연스레 근력 운동이 됐다.

김민종의 별명은 한때 ‘민또삼’이었다. ‘민종이, 또 3등했다’는 뜻이었다. 김민종은 2021년까지 국제대회에서 유난히 3위 입상이 많았다. 즉 세계 정상까지는 아직 모자랐다는 것.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선 16강에서 당시 세계랭킹 2위를 달리던 하라사와 히사요시(일본)의 노련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절반패했다. 눈물을 펑펑 쏟은 김민종은 “내일부터 바로 훈련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김민종은 작년 12월 도쿄 그랜드슬램 대회부터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까지 4대회 연속 준우승했다. ‘민또삼’에서 ‘민또이(민종이, 또 2등했다’로 별명이 바뀌었다. 그런데 5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결승에서 조지아의 강호 구람 투시슈빌리를 가로누르기 한판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한국 남자 유도 역사상 최중량급에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것은 1985년 조용철(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의 일이었다. 전 체급으로 범위를 넓혀도 세계선수권 우승은 2018년 73㎏급 안창림과 100㎏급 조구함(이상 은퇴) 이후 6년 만. 김민종은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낸 뒤 아버지 김병준씨에게 “파리에서도 노란 것(금메달)을 꼭 가져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체격 열세를 화려한 기술로 만회하는 김민종은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감동하면 받는다’는 말이 뇌리에 박혀서 하늘을 감동시키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며 파리 올림픽을 향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 보상을 올림픽 은메달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