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전설은 개인 단일 종목 5연패(連霸) 금자탑을 쌓은 뒤 영욕을 함께한 매트에 입을 맞춘 후 한가운데에 신발을 벗어놓고 내려왔다. 관중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내며 그의 마지막 올림픽 우승을 축하했다. 작별을 표한 영웅은 그렇게 박수 칠 때 떠났다.

쿠바 미하인 로페스가 6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 결승에서 우승, 올림픽 5연패를 달성한 뒤 신발을 매트에 벗으며 은퇴를 상징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하인 로페스(쿠바)가 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결승에서 칠레의 야스마니 아코스타(36)를 6대0으로 제압하고 다섯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민첩성과 괴력은 예전만 못했지만, 관록은 그 어떤 선수보다 깊숙이 몸에 배어 있었다. 로페스는 3년 전 도쿄 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가 파리 올림픽에서 역사를 쓰겠다며 현역으로 돌아와 끝내 꿈을 이뤘다.

1982년 8월 20일생인 로페스는 불혹에 접어든 나이에 올림픽 역대 개인 종목 최다 연속 금메달 기록을 새로 썼다. 그는 22세였던 2004년 아테네에서 올림픽 매트를 처음 밟았으나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절치부심해 2008 베이징, 2012 런던(이상 남자 그레코로만형 120kg급),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이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kg급)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이전까지 올림픽 역대 단일 종목 최다 연패 기록은 육상 멀리 뛰기 칼 루이스, 수영 남자 개인 혼영 200m 마이클 펠프스, 수영 여자 자유형 800m 케이티 러데키, 육상 원반던지기 앨 오터(이상 미국), 요트 파울 엘스트룀(덴마크), 레슬링 여자 자유형 이초 가오리(일본)의 4연패였다.

쿠바 미하인 로페스가 6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 결승에서 이겨 올림픽 5연패를 달성한 뒤 시상식에서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결승에서 맞붙은 아코스타는 쿠바 태생으로 한때 로페스의 훈련 파트너로 동고동락했다. 서로의 레슬링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셈이다. 아코스타는 로페스라는 거대한 산에 막혀 번번이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해 결국 칠레로 귀화했다. 아코스타는 “(결승전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했다”라며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상대가 로페스였기에 금메달을 따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로페스는 경기 후 현지 인터뷰를 통해 매트에 입을 맞추고 신발을 벗은 행위에 대해 설명했다. “마치 인생의 일부를 그곳에 두고 온 느낌이랄까요. 전 어린 나이에 레슬링을 시작했고, 레슬링을 통해 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어요. 전 매트에 제가 꾸었던 그 꿈을 남기고 내려왔어요. 이제 그 꿈은 젊은이들이 이어받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