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이 1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 시상식을 마친 뒤 은메달을 목에 걸고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가자마자 엄마에게 가고 싶어요.”

박혜정은 11일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에서 인상 131kg, 용상 168kg, 합계 299kg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이렇게 말했다. 인상 131kg은 한국 신기록이었다. 2016년 리우 대회 여자 53kg급 윤진희(동메달) 이후 8년 만에 나온 한국 역도의 메달이다. 또, 지난 2004 아테네 은메달, 2008 베이징 금메달, 2012 런던 동메달을 획득했던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후 12년 만에 탄생한 여자 최중량급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박혜정은 올림픽을 4개월 앞두고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8년 동안의 암투병 뒤였다. 박혜정은 상을 치르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태국 월드컵에 출전했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대회였다. 당시 박혜정은 “어머니가 나의 올림픽 출전을 바라시는 걸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월드컵에 가서 이 꽉 깨물고 제대로 보여주고 왔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언니 꿈에는 나왔다는데, 아직 내 꿈에는 오시지 않았다”면서 웃었다.

경기 후 만난 박혜정은 또 웃고 있었다. 하지만 울음을 애써 참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박혜정은 “솔직히 대회를 준비하면서 엄마 생각을 거의 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워밍업을 하는데 조금 (엄마) 생각이 들더라. 경기를 끝나고 시상대에 올라가서 조금 울컥해서 울었다”고 했다. 박혜정은 대회 전 언론 인터뷰에서도 어머니와 관련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 왔다. 박혜정은 “어머니에 대한 일이 많이 알려질 수록 제가 더 힘들 것 같기도 했고, 저도 멘탈이 많이 흔들렸을 것 같아서 최대한 엄마 언급을 거의 안 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엄마가 보셨다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라는 질문에 박혜정은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여기 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바로 가서 안아주고… 그랬을 것 같다”라고 했다. 박혜정은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아빠와 언니가 파리에 와 있다.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겠다”면서 활짝 웃기도 했다.

울음을 애써 참던 박혜정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박혜정은 어머니 관련 질문에 눈물을 참느라 한참을 대답하지 못하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고 부담감도 많았다. 그래도 아빠랑 언니에게 기대면서 준비했다. 시합 뛰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한국에 가자마자 엄마에게 가겠다”면서 눈물을 닦았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곳에 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날 금메달을 차지한 리원원(중국)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박혜정은 “오늘 같이 했는데, 제가 조금만, 조금만 더 성장을 한다면 리원원 선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4년 뒤 LA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에 도전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