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렸다. 한국 이다빈이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깨물고 있다. /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여자 태권도 간판 이다빈(28·서울시청)이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다빈은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 로레나 바란들을 라운드 점수 2대1(4-2 5-9 13-2)로 꺾었다.

이다빈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머리 공격을 성공해 3점을 얻으며 앞서 나갔다. 경고를 두 차례 받아 2점을 내줬지만, 펀치 공격으로 1점을 더한 리드를 지켜 1라운드를 가져왔다.

이다빈이 10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의 로레나 브랜들과의 경기에서 승리 후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2라운드에선 상대에게 먼저 머리 공격(3점)을 허용했다. 공방전 끝에 4-5, 1점 차까지 쫓아갔지만 종료 10여초를 남겨두고 연속 몸통 공격(2점)을 허용해 패배했다.

원점 승부에서 돌입한 3라운드에서 이다빈은 머리 공격(3점)을 먼저 내리 꽂아 앞서나갔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다 종료 30초를 남겨두고 이다빈의 뒤후리기 공격이 상대 얼굴을 강타했다. 상대의 헤드기어가 벗겨질 정도였다. 순식간에 5점을 얻어내 승기를 잡았다.

이다빈이 10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의 로레나 브랜들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고운호 기자

이다빈은 이 종목 세계 랭킹 4위로, 한국 여자 태권도를 대표하는 스타다. 지금껏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제패해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는 8강까지 순항했으나,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 스베틀라나 오시포바에게 라운드 점수 0대2로 덜미를 잡혔다.

이다빈이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 초과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다빈은 학창 시절 원래 축구 선수를 꿈꿨다. 공을 찰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한다. 그러나 중학교 축구부에 들어가려면 기숙사에 들어가야 해 중1때부터 합숙 생활이 없었던 태권도부를 택한 게 그의 선수 생활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상대에게 맞기가 싫어서 겨루기를 피할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곧 소질을 드러냈다. 효정고 1학년이던 2012년 전국체전 우승을 했고, 고3 때 출전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62kg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태권도의 얼굴이 됐다.

그는 2016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우승하더니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67kg 초과급 금메달을 따냈다. 인천 대회 때보다 두 체급이나 올려서 얻은 쾌거였다. 승승장구는 이어졌다. 2019 세계선수권 우승과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까지 차지했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땄다.

도쿄의 은메달은 이다빈에겐 아쉬움이었다. 당시 금메달을 노렸지만 대회 두달 전 발목 수술을 받는 바람에 대회 출전 자체가 불투명한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죽어도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죽겠다”는 각오로 수술 일주일 만에 병원을 나와 진천선수촌에 돌아왔다. 아픈 발목을 부여잡고 올림픽에 나선 것이었다.

그 아쉬움을 파리에서 풀고자 했지만 한 끗이 부족했다. 목표했던 금메달이 무산된 상황에서 나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를 압도하며 값진 동메달로 파리 올림픽 여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