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말리에서 온 노우모리 케이타(19)가 스파이크를 하려고 뛰어오를 땐 중력을 거스르는 것 같다. 가늘고 긴 팔다리를 뻗어 가볍게 솟구치면서 높은 타점에서 공을 때린다. 진짜 ‘쇼’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춤도 추고 우사인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도 한다.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한 손을 쫙 펴 얼굴 앞에 대고 흔드는 모습을 보면 다음 세리머니가 기다려진다.

KB 손해보험 노우모리 케이타가 공격을 성공하고 나서 선보이는 세리머니는 독특하고 열정적이다. 한 손을 펴서 흔드는 것은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막춤'을 추기도 한다. 이번 시즌 한국 배구 무대에 데뷔한 케이타는 3일 현재 득점 1위, 서브 득점 3위를 달린다. /연합뉴스

케이타는 2020-2021시즌 프로배구 시작과 함께 남자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스파이크 높이 373㎝에 달하는 탁월한 점프력과 탄력은 물론이고,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도 한다. 만년 하위권이던 KB손해보험은 3일 대전에서 홈 팀 삼성화재에 3대2(23-25 21-25 25-22 25-19 15-11) 역전승을 거두며 개막 후 4연승으로 리그 1위를 질주했다. 이날 54득점을 책임진 케이타는 득점(163점) 1위를 달린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그는 “다 내 계획대로 되고 있다”며 깔깔 웃었다.

케이타는 동생 3명까지 4남매 모두 배구·농구 선수다. 운동신경은 타고났다. 8세 때 학교 코치 권유로 배구를 시작했다. 농구도 몇 달 해봤지만 “난 이 공이 그렇게 좋더라. 이유를 모르겠다”며 손에 들고 있던 배구공을 톡톡 두드렸다.

더 높은 곳은 없다

14세 때 카타르 리그에서 프로 데뷔 기회를 얻었다. 금세공을 하는 아버지가 ‘학교에 다녀야 한다’며 반대했으나 케이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7세 때 세르비아 리그로 옮겨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했다. 올해 V리그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코로나 탓에 영상으로만 진행됐다. “시험 삼아 영상을 보냈는데 많은 관심을 받아 나도 놀랐다”고 했다.

지난 7월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코로나 감염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 증상은 없었지만 두 달 가까이 격리 생활을 했다. “정말 지루했어요. 그때도 춤을 췄죠. 의료진은 아마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문 열어볼 때마다 춤을 추고 있었으니.” 그는 “득점할 때마다 자유로움을 느끼고, 또 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며 “상대를 자극하려는 세리머니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시즌 초반 남자배구 접수한 케이타

케이타는 전형적인 배구 스텝뿐 아니라 한 발로 뛰어오르는 스텝도 활용한다. 낮게, 불안하게 오는 공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과 템포로 쳐낸다. 3일 경기에선 스텝이 맞지 않자 아예 뒤돌아 거꾸로 묘기에 가까운 스파이크를 해냈다. “춤이든 운동이든 리듬과 템포가 중요하죠. 상황이 힘들수록 난 스스로를 몰아붙여 더 강력해져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다 보여주고 싶어요.”

치킨을 좋아하는 19세 청년은 팀의 막내이지만 리더처럼 분위기를 이끈다. 2014-201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KB손해보험은 6-6-6-4-6-6위에 그쳤다. 승리보다 패배에 좀 더 익숙한 선수들은 자유롭게 펄펄 나는 케이타와 이를 너그럽게 봐주는 신임 이상렬 감독 덕분에 다 함께 신바람을 낸다.

세터 황택의는 “흥 넘치는 케이타가 선수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했다. 이상렬 감독은 “케이타는 내버려두면 잘하는 선수다. 훈련할 때도 크게 관여하지 않고 잘한 부분만 이야기한다”고 했다.

케이타의 약점은 플레이에 기복이 있고 기본기가 약간 불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딜 가나 리더가 되고 싶다. 챔피언이 되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동료가 실수하면 ‘괜찮아. 실수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언제나 다음 기회가 있어’라고 격려해요. 우린 더 강해질 거예요!” 이 자유로운 영혼에게 ‘왜 지난 경기 직전 연습 도중에 갑자기 바닥에 엎어져 맨땅에서 수영하는 시늉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떠오르는 대로 움직일 뿐, 동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며 또 깔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