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나란히 승리를 거두며 15년 만에 코리안 메이저리거 선발승을 합작한 류현진(왼쪽)과 김광현. / USA TODAY Sports-AP연합뉴스

코리안리거의 날이었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15년 만에 같은 날 한국인 선발 투수의 메이저리그 동반 승리를 합작했다. 류현진은 25일(한국 시각) 뉴욕 양키스와 벌인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김광현은 같은 날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며 4대2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같은 날 선발승을 거둔 것은 2005년 8월 25일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서재응(뉴욕 메츠)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박찬호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7대4 승리를 이끌었다. 서재응 현 KIA 투수 코치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나와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시 메츠는 18대4의 대승을 거뒀다.

15년 만에 류현진과 김광현이 다시 쾌거를 달성했다. 둘 다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다. 류현진은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 LA 다저스에서 평균자책점 리그 1위(2.32)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강타자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 동부 토론토로 이적하고나서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특급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24일(현지시각)뉴욕양키스를 물리치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토론토 선수들이 투수 마운드에 모여 자축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가운데줄에 류현진이 있다./USA TODAY Sports 연합뉴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김광현은 3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성공적으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코로나 사태로 시즌이 뒤로 밀리면서 가족 없이 혼자서 미국에서 훈련한 김광현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빅리그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들지 못해 마무리로 나왔고, 최근엔 신장 경색으로 선발을 거르는 등 고비가 많았지만 멋지게 첫 시즌을 치러냈다.

두 선수는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게 됐다. 류현진의 토론토는 이날 승리로 2016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인 세인트루이스도 포스트시즌행이 유력하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은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동부·중부·서부 지구 1~2위 12팀과 와일드카드 4팀씩 16팀이 오른다.

류현진은 이날 천적 양키스를 맞아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당초 토론토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1승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라서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일정에 맞춰 이닝과 투구 수를 조절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올 시즌 최다 이닝(7이닝), 시즌 최다 투구(100개)를 기록했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김광현./AP연합뉴스

류현진은 올 시즌 6회를 넘어 던진 적이 없다. 기존 최다 투구도 99개였다. 이날 류현진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토론토에서 7이닝을 던진 선발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7이닝 동안 5안타를 맞았지만 4탈삼진을 기록했다. 요령 있게 맞춰 잡으며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특히 전날까지 양키스에 2패, 7피홈런 평균자책점 8.80으로 매우 약했던 터라 이날 호투가 더욱 의미 있었다.

김광현은 이날 에이스를 상대했다. 밀워키 선발 코빈 버네스는 올 시즌 사이영상 후보로 꼽힐 만큼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이번 승부는 김광현의 판정승이었다.

김광현은 5이닝 동안 5피안타 3탈삼진 2볼넷으로 1실점했다. 마지막 5회가 고비였다. 우리아스를 3루수 땅볼 아웃으로 잡아냈고, 노팅엄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하지만 가르시아와 옐리치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는 강타자 브론. KBO리그에서 숨 막히는 승부를 수차례 펼쳤던 김광현은 브론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마운드를 내려오며 김광현이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