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약 한 달 앞두고 한국 대표팀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부상 악몽이나 선수단 내 갈등이 아니다. 최상의 조직력으로 팀워크를 사전에 가다듬을 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으로 WBC에 나서는 김하성(왼쪽)과 토미 에드먼. /AFP연합뉴스·AP연합뉴스

◇빅리거들의 대표팀 조기 합류 불발...호흡은 언제?

이번 WBC 대표팀에 MLB(미 프로야구) 현역 빅리거론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최지만(32·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 선수인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있다. 지난달 4일 최종명단 발표 때만 해도 이들은 대표팀에 2월부터 조기 합류해 국내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김하성과 에드먼은 각자 소속팀 스프링 캠프에서 2월 중순부터 먼저 담금질에 나선 뒤 3월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MLB 구단은 소속 선수의 WBC 출전에는 호의적인 편이지만, 부상 방지 등을 위해 대표팀 훈련 기간은 최소화하려고 한다.

유격수와 2루수로 대표팀 키스톤 콤비를 이룰 것으로 유력한 김하성과 에드먼은 최대한 많은 연습 경기를 함께 소화하며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둘이 뛸 시간이 적어지면 불안한 내야 수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 역시 “김하성이 (에드먼의 팀 적응에) 도움을 많이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팀내 입지가 완전히 다져지지 못한 선수들은 구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김하성의 경우 지난 시즌 후 ‘올스타 유격수’ 출신인 잰더 보가츠(31)가 들어와 스프링 캠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최지만은 대표팀 합류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WBC에 나가려면 소속팀 동의가 필요한데 최지만은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고, 연봉 조정신청까지 했다. 이 때문에 WBC 최종 엔트리 마감일(8일)을 앞두고 대체 선수 발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국 대표팀은 15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2주가량 훈련 및 연습경기를 진행한다. 그리고 내달 2일 귀국해 국내 훈련을 거친 뒤 4일 일본으로 넘어간다. 오사카에서 NPB(일본 프로야구) 팀과 두 차례 연습 경기를 가지며, 9일에 WBC 본선 1라운드 첫 경기인 호주전에 나선다.

◇일본도 비슷한 속사정

일본 대표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은 빅리거들의 2월 대표팀 훈련 조기 합류를 위해 필요한 보험료를 지불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약속을 내걸며 해당 선수들의 소속 구단들과 일정을 조율했다. 일본에서 WBC 8강 토너먼트까지 열리는 만큼 대회 흥행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일본 대표팀의 투수 다르빗슈 유. /로이터뉴스1

그러나 한국과 비슷한 이유로 일본 대표팀에 뽑힌 ‘빅리거 5명’ 중 조기 합류하는 선수는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파드리스)뿐이다.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도 애리조나주 스프링 캠프에 참가해 한 차례 시범경기에 등판한 뒤 3월 3일 정도에 일본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등도 오타니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대표팀 훈련에 참가한다.

다르빗슈는 “처음부터 구단이 ‘선수가 직접 결정하라’고 해 내게는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다. 내게 결정권을 준 구단에 고맙다”면서 “앞으로도 WBC엔 빅리거가 출전할 것이다. ‘빅리거이기 때문에 대표팀에 늦게 합류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모두에게)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