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야구 세계 최강’이라는 영광은 옛일이 됐다. 쿠바가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조별리그에서 일찍 짐을 쌀 위기에 놓였다.

2023 WBC에 나선 쿠바 야구 대표팀. /EPA연합뉴스

쿠바는 10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열린 WBC 본선 1라운드 A조 세 번째 경기에서 파나마에 13대4 대승을 거뒀지만 마냥 웃진 못했다. 전날 쿠바는 이탈리아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 승부치기 끝에 3대6으로 무릎을 꿇었다. 앞서 8일엔 네덜란드에 2대4로 덜미가 잡혔던 쿠바는 현재 1승2패로 자력 8강 진출이 사실상 어렵다. 쿠바로선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대만을 잡고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에 운명을 걸어야 한다.

쿠바는 과거에 아마추어 야구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쿠바는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비롯해 1996년 애틀랜타,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정상에 올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및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각각 미국과 한국에 밀려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본선엔 참가하지 못했고, 아직 WBC에선 우승한 적이 없다. 2006년 첫 대회 준우승 이후 4강에 든 적도 없다.

쿠바 야구의 부진은 복합적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제 대회에서 나무 방망이를 사용하기 시작해 아마추어 야구의 알루미늄 방망이에 익숙했던 기존 선수들의 화력이 떨어졌다. 알루미늄 방망이는 나무 방망이에 비해 비거리가 더 나온다.

특히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망명해 ‘전력 누수’ 영향도 크다. 지난해 기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쿠바 선수는 26명이다. 시속 16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며 MLB(미 프로야구) 올스타에 7회 오른 아롤디스 채프먼(35)은 2009년 한 국제대회 도중 망명했고, 지난 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한 요르단 알바레스(26) 역시 2016년에 쿠바를 떠났다. 쿠바는 이번 대회부터 해외 망명 선수를 대표로 선발하는 등 자존심을 굽혔지만, 국제대회 도중 고국을 저버린 선수들에겐 기회를 주지 않았다. 채프먼과 알바레스, 호세 어브레유(36·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