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를 겸업하는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9·일본)는 계속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게 됐다. 다만 팀 유니폼이 빨간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뀐다.

오타니 쇼헤이. /AP 연합뉴스

오타니는 10일 MLB(미 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40억 원) 초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소식을 전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죄송하다”면서 “다저스를 나의 다음 행선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202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새 팀 LA다저스에서의 각오로 그는 “다저스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선수 생활이 끝날 때까지 다저스는 물론이고, 야구계 전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조만간 열릴 기자회견에서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친정 팀인 LA에인절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2018년부터) 지난 6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하며 응원해주신 에인절스 구단과 팬들, 이번 협상 과정에 참여해주신 각 구단 관계자께 감사드린다”라며 “에인절스와 함께한 시간은 내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LA에인절스에서 LA다저스로 이적한 오타니 쇼헤이의 소식을 전하는 포스터. /ESPN인스타그램

그는 전인미답(前人未踏) 경지를 성적뿐 아니라 연봉에서도 과시했다. 오타니는 계약 총액과 개인 연봉 순위에서 모두 신기원을 열어 젖혔다. 이날 오타니의 에이전트인 네즈 발레로가 공개한 계약 조건은 10년 7억 달러. 그는 “이는 특별한 선수를 위한 특별한 계약”이라고 했다.

이전까지 MLB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은 팀 동료 마이크 트라우트(32)가 2019년 3월 맺은 12년 총액 4억2650만달러(약 5629억원)였다. 그러나 오타니는 5억, 6억 달러를 넘어 단숨에 7억 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오타니는 연평균 7000만 달러(924억원)를 받는데, 이 역시 MLB 역대 최고액이다.

평균 연봉에선 매년 새 기록이 나오지만, 올해 기준으론 뉴욕 메츠에서 한 때 뛰었던 저스틴 벌랜더(40·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맥스 셔저(39·텍사스 레인저스)가 나란히 4333만달러(약 571억원)를 받는 ‘연봉왕’이었다.

AP통신은 “오타니의 연봉은 볼티모어 오리올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선수단 전체 급여를 초과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타자 오타니 쇼헤이. /로이터 뉴스1

야구에서 오타니는 투타 겸업이라는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분야를 개척했다. 들판에서 던지고, 치고, 뛰는 게 야구(野球)의 본질이라면 그는 이 모든 걸 MLB에서 최정상급 기량으로 소화해내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뒤 2018년에 LA에인절스 소속으로 MLB 무대를 밟은 오타니는 그해 타자로서 22홈런(61타점·타율 0.285), 투수로서 4승(2패·평균자책점 3.31)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을 받았다. 2021년과 2023년 만장일치로 AL 최우수선수(MVP)가 되며 이견 없는 MLB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두 번 이상 만장일치 MVP에 뽑힌 것은 그가 처음이다. 오타니는 올해 3월 ‘야구 월드컵’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선 일본의 통산 세 번째 우승에 앞장섰다.

그는 MLB 6시즌 통산 투수로서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 탈삼진 608개를 기록했다. 타자로서는 통산 타율 0.274, 171홈런·43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2를 작성했다.

2023시즌엔 135경기에서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OPS 1.066으로 맹활약했다. 오른팔 인대 파열 부상으로 2023시즌을 조기 마감했음에도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OPS 영역에선 MLB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그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쳤다면 어떤 기록들을 남길 수 있었을지 궁금해 할 정도였다. 투수론 23경기(132이닝)에 나와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 탈삼진 167개를 기록했다.

다만 오타니는 올 시즌 막판 팔꿈치를 다치고 수술을 받아 내년 시즌엔 지명타자로만 뛸 수 있다. 투타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2025년 이후에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투수 오타니 쇼헤이. /AP 연합뉴스

그래서 한동안 일각에선 오타니의 몸값이 예상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와 계약하는 건 원래 선수 2명을 데려오는 것과 비슷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투타겸업 상품성’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오타니는 이런 예상을 깨고 7억 달러 초대박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오타니는 이번 FA 시장 ‘최대어’였다. 미 매체는 오타니의 차기 행선지를 예상하는 기사를 수없이 쏟아냈고, 한때 그가 캐나다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마무리 계약을 하러 갔다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오타니는 그에게 가장 친숙한 LA에 머무는 것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