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은 아직 보여줄 게 더 많다고 한다. 프리에이전트(FA) 초대박의 꿈을 향해 스프링캠프부터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김하성은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면서 팀의 12-4 승리를 이끌었다.

김하성은 0-2로 끌려가던 2회 선두타자로 등장했다. 시애틀 선발 루이스 카스티요를 만났고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팀이 3-2로 역전에 성공한 뒤 맞이한 4회말 타석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섰다. 바뀐 투수 카를로스 바르가스를 상대했지만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그러나 5회말 3번째 타석은 달랐다. 5-3으로 앞서가던 5회말 무사 1루에서 등장한 김하성은 콜린 스나이더와 상대했다. 3볼의 히팅 카운트를 맞이했고 4구째 9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았다.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고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면서 좌측 담장을 넘겼다. 김하성의 시범경기 첫 홈런포가 이렇게 만들어졌다.김하성은 6회초 수비 때 메이슨 맥코이와 교체되면서 이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김하성의 시범경기 성적은 6경기 12타수 5안타, 타율 4할1푼7리 1홈런 3타점 2득점 4볼넷 2삼진 2도루 OPS 1.313가 됐다. 여러모로 최고의 시범경기 페이스다.

이날 김하성은 경기 도중 현지 중계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하성은 “현재 컨디션은 좋은 것 같고 첫 해보다는 지금 네 번째 스프링캠프가 편하고 준비도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약 7kg 가량 벌크업을 했다. 홈런을 의식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홈런을 늘리기 위해 증량을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시즌을 치르면서 살도 많이 빠졌고 시즌 막판에는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다. 이런 것들을 잘 이겨내고 싶어서 체격을 키웠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벌크업의 효과가 타구에서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지난달 25일 밀워키 브루워스와의 시범경기에서 2루타를 친 뒤 한국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빠른공을 노리고 있었는데 투수가 실투를 던진 것 같다”라면서 “타구가 떴을 때 배럴에 맞긴 했는데 잡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운이 좋았던 것도 같은데 웨이트를 열심히 한 보람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하성은 지난해 공수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3번째 시즌, 152경기 타율 2할6푼(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OPS .749의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다 안타, 최다 홈런, 최고 타율 등 공격 전부문에서 커리어 하이였다. 그리고 2루수를 기본으로 유격수, 3루수 자리를 모두 오가면서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선보였다. 그 보상으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샌디에이고와 맺었던 4년 2800만 달러의 계약은 올해까지다. 올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1년 연장 뮤추얼 옵션이 있지만 김하성의 현재 가치를 생각하면 연장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데니스 린 담당기자는 김하성과 연장계약을 맺을 경우 최대 7년 1억5000만 달러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와의 연장 계약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가 파산하면서 중계권 계약이 파기됐다. 이후 자금난이 뒤따르면서 긴급 대출까지 받았다. 사이영상을 수상한 FA 블레이크 스넬과 결별 선언을 했고 5억 달러 대형 계약을 노리고 올해 연봉 3000만 달러가 넘는 후안 소토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했다. 올 겨울 샌디에이고는 몸집을 줄이면서 허리띠까지 졸라맸다. 대형 FA들과 계약하는 대신 트레이드와 준척급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러면서 김하성의 트레이드를 모색하면서 부족한 전력을 채우려고 했다. 스프링캠프 직전까지 김하성의 트레이드를 타진했지만 샌디에이고는 원하는 조건을 얻지 못했다. 김하성을 원하는 구단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샌디에이고도 그에 걸맞는 반대급부를 원하기에 트레이드 성사가 쉽지 않았다.

빅리그 4년차로서 아직 더 성장하려고 하는 김하성이다. 예비 FA 시즌으로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고 더 증명해내고 싶다. 김하성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해 골드글러브를 받아서 기분이 좋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매년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서 기분 좋게 생각한다”라면서 “아직 난 보여줄 게 더 많기 때문에 기대해줬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는 잰더 보가츠와 자리를 맞바꾸며 풀타임 유격수로 뛰게 된 상황. 김하성은 “우리 팀에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제이크 크로넨워스, 잰더 보가츠에 유망주 잭슨 메릴까지 모두 유격수를 볼 수 있고 모두 수비를 잘 하는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 가운데서 유격수를 본다는 것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반면에 책임감이 생기고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