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전 LA 다저스 선수)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 다저스 vs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 시작 전 시구를 하고 있다. 2024.3.20/뉴스1

MLB(미 프로야구) 2024시즌 정규 리그 개막전 서울 시리즈를 위해 ‘코리안 특급’ 박찬호(51)가 기념 시구를 하며 축제의 서막을 열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도 MLB 친정팀과 재회했고, 팬들은 이날 연차 휴가까지 내고 야구장을 찾아 잔치를 즐겼다.

박찬호는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서울 시리즈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앞서 기념 시구를 했다. 양복을 입고 등장한 그는 곧바로 현역 시절 사용했던 ‘61번’이 적힌 ‘파드리스(Padres)’와 ‘다저스(Dodgers)’를 절반씩 섞은 ‘파드저스(PADgers)’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마운드 위에서 특유의 역동적인 와인드업 자세를 취한 뒤 공을 뿌렸다. 힘차게 뻗어나간 공은 포수로 나선 ‘후배’ 김하성(29) 글러브에 안착했다. 박찬호는 다저스 더그아웃으로 향해 파드리스에서 한때 동료로 한솥밥을 먹었던 데이브 로버츠(52) 다저스 감독과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는 경기 전 “시구 하나에 (마치 현역) 경기를 앞둔 것처럼 긴장됐다”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라는 역사를 쓰면서 아시아 출신 투수론 MLB 통산 역대 1위에 해당하는 124승(98패)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다저스(1994~2001년)와 파드리스(2005~2006년)에서 모두 뛰었던 인연도 있다. 박찬호는 “30년 전에는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 상상하지 못했다”며 “(미국에서)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결실들이 지금 한국 야구 발전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류현진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를 앞두고 데이브 로버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3.20/연합뉴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류현진이 선물한 빵을 먹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여정을 마치고 올 시즌 한화로 돌아온 류현진은 이날 대전 성심당 빵을 준비해 로버츠 감독과 사제(師弟) 간 교분을 나눴다. 2013년 MLB 무대를 밟은 류현진은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에서 2016년부터 4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류현진은 “이렇게 한국에서 MLB 경기를 볼 기회가 왔다는 건 기쁜 일”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일본 야구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MLB에서 뛰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44), 우에하라 고지(49)도 현장을 찾았다.

역사적인 경기를 보기 위해 이날 고척엔 만원 관중이 몰렸다. 경기 전 폭탄 테러 글로 경찰이 수색도 했지만, 문제 없이 안전하게 진행됐다. 휴가까지 내고 연인과 함께 온 직장인 이민정(27)씨는 “취소표를 간신히 구해 올 수 있었다”며 “원래 미국까지 가서 개막전을 보고 싶었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볼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일본 교토에서 온 대학생 가와하라 토우리(19)씨는 “표를 못 구해 현장에 나오면 파는 티켓이 있을까 해서 와봤다”며 “이곳에서 사진을 많이 찍은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