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우완 투수 숀 앤더슨(30)이 또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고향팀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두 번의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연이어 무너졌다.

마이애미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우완 투수 카일 타일러를 콜업하면서 앤더슨을 트리플A 잭슨빌 점보 쉬림프로 내려보냈다. 지난달 31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된 뒤 두 번의 선발등판 이후 연이어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지난 15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 선발등판했으나 2이닝 9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탈삼진 7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된 앤더슨은 이튿날 트리플A 잭슨빌로 내려갔다. 이어 23일 시애틀 매리너스전 선발투수로 다시 콜업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앤더슨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3⅓이닝 8피안타 1사구 3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난타당하며 패전을 안았다.

마이애미 이적 후 2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되면서 평균자책점 15.19로 무너졌다. 전 소속팀 텍사스에서 구원 2경기(3⅓이닝 2실점)를 포함해 시즌 전체 평균자책점은 11.42에 달한다.

플로리다주 코랄스프링스 출신인 앤더슨에게 마이애미는 ‘고향팀’이다. 그는 23일 시애틀전을 마친 뒤 “마이애미로 온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기뻤다. 정말 오랫동안 고향팀에서 뛰고 싶은데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첫 등판 이후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갔던 앤더슨은 “야구가 그렇다. 커리어 내내 이리저리 옮겨 다녔고, 이번에도 잭슨빌로 내려가 팀원들과 몇 가지 일을 함께했다. 다시 선발로 던질 수 있길 기대했다”며 “출발은 좋았지만 몇 가지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다시 트리플A행을 통보받았다.

마이애미는 헤수스 루자르도, 라이언 웨더스, 브랙스턴 개럿, 에드워드 카브레라, 식스토 산체스 등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해 앤더슨에게 두 번의 선발 기회를 줬다. 그러나 2경기 모두 4이닝도 넘기지 못한 채 조기 강판된 만큼 앤더슨에게 다음 선발 기회가 또 올지는 불투명하다.

메이저리그에선 통하지 않지만 올해 트리플A에선 6경기(28⅔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 2.51 탈삼진 31개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였다. 지난달 16일 텍사스에서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기 전 대체 외국인 투수를 찾던 KBO리그 구단들이 앤더슨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콜업 이후 앤더슨이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되더니 40인 로스터에 들어가자 한국행 가능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2경기 연속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한 앤더슨으로선 차라리 한국 무대에 다시 도전하는 게 금전적으로 나을 수도 있다. 여전히 대체 외국인 투수를 찾는 팀들이 앤더슨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애미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만큼 이적료가 발생하고, 선수 본인의 한국행 의지가 중요하다.

앤더슨은 지난해 KIA가 에이스로 기대하며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를 채워 영입한 투수. 4월 첫 6경기에선 3승2패 평균자책점 2.58로 1선발 역할을 했지만 5월부터 극심한 기복을 보였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투피치로 이닝 소화력이 떨어졌고, 5월말에는 2군에도 다녀왔다. 1군 복귀 후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2.96으로 반등했지만 KIA는 5강 승부수를 위해 앤더슨을 방출하며 좌완 토마스 파노니를 재영입했다.

앤더슨이 KIA에서 남긴 성적은 14경기(79이닝) 4승7패 평균자책점 3.76 탈삼진 64개. 특급 성적은 아니지만 시즌 중 방출을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올해 앤더슨은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늘려 투구 패턴 다양화를 이뤘다.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1년 경험도 있는 만큼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고향팀 마이애미에서 오래 뛰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친 앤더슨을 다시 한국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