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그러나 좌절은 없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1보 후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은 21일(이하 한국시간) “김하성을 오른쪽 어깨 염증 치료 차 열흘짜리 부상자명단에 등재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부상자명단 등재는 20일로 소급 적용되며, 유틸리티 내야수 매튜 배튼이 김하성을 대신해 트리플A 엘 파소에서 콜업됐다.

김하성은 지난 19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8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1타수 1안타를 기록한 뒤 주루 도중 어깨를 다쳐 교체됐다.

김하성은 0-0으로 맞선 3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좌전안타를 쳤다. 콜로라도 선발 브래들리 블레이락을 상대로 1B-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4구째 파울, 5구째 볼을 골라낸 데 이어 6구째 94.9마일(152km) 포심패스트볼을 공략해 최근 3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루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후속타자 카일 히가시오카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난 뒤 루이스 아라에즈 타석에서 블레이락이 1루를 견제했는데 김하성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귀루하다가 오른쪽 어깨에 충격을 입었다. 평소 웬만한 부상에도 경기를 뛰는 ‘철인’ 김하성이지만, 한동안 통증을 호소한 뒤 벤치에 교체 시그널을 보냈고, 대주자 타일러 웨이드와 교체됐다.

우투우타인 김하성은 하필이면 공을 던지는 오른쪽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어깨를 잡은 채 그라운드를 떠났는데 더그아웃 계단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헬멧을 내동댕이치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부상에 화가 많이 난 모습이었다.

김하성은 이튿날 병원으로 향해 MRI 촬영 등 정밀 검진을 실시했다. 마이클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첫 검진 결과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아직 정보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고, 상태는 생각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부상자명단 등재 여부를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고, 결국 21일 메이저리그 데뷔 첫 부상자명단 등재가 확정됐다.

실트 감독은 21일 현지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김하성이 열흘 전에 복귀할 수도 있겠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샌디에이고 구단은 김하성이 부상자명단에서 머무는 기간이 열흘을 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정작 김하성 본인은 덤덤한 모습이었다. MLB.com에 따르면 김하성은 통역을 통해 “우리는 포스트시즌과 와일드카드 경쟁 중이다. 팀이 월드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열흘 부상자명단 등재가 더 나은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몸 상태를 100% 회복할 수 있다면 이번 부상자명단 등재는 내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2연승과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72승 55패)에서 선두 LA 다저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3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승차 또한 1경기에 불과하지만, 서부지구 3위에 그쳤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를 질주하며 남은 시즌을 유의미하게 보내고 있다. 김하성이 올 시즌 팀의 목표를 월드시리즈라고 언급한 이유다.

그렇다면 김하성을 대신해 누가 샌디에이고 유격수를 담당할까. 실트 감독은 “오늘(21일)은 타일러 웨이드가 유격수로 출전한다. 그리고 배튼이 팀에 새롭게 합류했다. 또 다른 옵션도 많다. 나는 매일 라인업을 볼 것이다”라고 계획을 전했다.

다만 웨이드는 이날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도노번 솔라노와 교체됐다. 향후 열흘 동안 샌디에이고에 김하성 공백 메우기라는 큰 과제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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