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음바페(오른쪽)가 22일 경기를 마치고 PSG 회장과 '2025'가 쓰인 본인 유니폼을 들고 웃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명문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것으로 알려진 킬리안 음바페(23·프랑스)가 현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에 남기로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음바페는 22일 메츠와의 리그앙 최종전에서 3골을 터뜨려 팀의 5대0 승리를 이끈 뒤 “내가 자라고 기량을 꽃피운, 내 나라 프랑스에서 계속 뛸 수 있어 행복하다”고 팀 잔류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지난 17일 영국 BBC를 포함한 유럽 현지 언론이 음바페의 레알 마드리드행이 거의 확정됐다고 전한 지 5일 만이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PSG와의 계약이 끝나는 음바페가 어느 팀으로 향할지는 지난 1년간 유럽 축구계 최고의 화제였다. 음바페는 어릴 적 방 벽에 사진을 가득 붙일 정도로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했다. 또 일인자를 원했던 그가 지난 시즌 자신보다 명성이 높은 네이마르, 메시와 함께 뛰는 데 대해 불만이 컸다는 얘기도 나왔다. 최근 들어 PSG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음바페의 유니폼 판매를 중단하고, 일부 이적 보도가 나오면서 레알 마드리드행이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지난 이틀간 기류가 급격히 바뀌었다. 21일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지안루카 디 마르지오가 “음바페가 파리 생제르맹과 합의를 맺었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언론이 일제히 음바페의 잔류 소식을 전했다.

음바페가 PSG 잔류로 돌아선 이유로는 돈과 애국심이 꼽힌다. PSG의 최대 주주인 카타르 투자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석유 부자로, 음바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100만파운드(약 15억원)의 주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 프랑스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에 이어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까지 직접 음바페에게 전화를 걸어 잔류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고, 프랑스 언론들도 국가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음바페가 프랑스에 남아야 한다는 기사를 매일같이 쓰며 그의 ‘애국심’에 호소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구단 운영 개입권이라는 유례 없는 재계약 조건에 주목한다. PSG가 음바페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제시한 재계약 조건 중에는 감독과 선수 영입에 개입할 권리가 주어진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 스포츠에서 구단 운영에 대해 선수가 자기 의사를 표현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아예 계약 조건에 이를 명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은 벌써부터 음바페와 활동 반경이 겹치는 네이마르가 팀을 떠날 거라는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또, 시즌 내내 음바페와 삐걱댔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대신 평소 음바페가 존경심을 표했던 지네딘 지단이 PSG 지휘봉을 잡을 거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감독과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모두 음바페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팀 분위기에 영향을 줄 거라는 비판까지 벌써 나온다.

스페인 프로축구 라 리가는 이날 “가증스러운(scandalous) 거래”라며 “(이런 거액의 계약은) 유럽 축구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항의의 뜻을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