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홋스퍼 소속의 손흥민이 20일(현지시간)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프턴과의 2022-2023 EPL 3라운드 홈 경기에 출전해 킥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골든 부트)에 올랐던 손흥민(30·토트넘)이 새 시즌 초반 고전 중이다. 손흥민은 20일 울버햄프턴전에서도 골 사냥에 실패, 개막 3연기 연속 침묵을 지켰다. 한국 선수가 뛰는 두 팀의 대결이었지만, 손흥민이 떠나고 5분 뒤 황희찬(26)이 교체 투입돼 둘의 그라운드 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토트넘이 해리 케인(29·잉글랜드)의 결승 헤딩골로 1대0으로 이겼다.

◇골든 부트의 무게

손흥민은 20일 울버햄프턴과의 리그 홈 경기에서 상대 수비에 계속 막힌 끝에 후반 31분 히샬르리송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물러났다. 후반 17분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오른쪽 골대를 때리는 장면 외에는 이렇다 할 공격이 없었다. 손흥민은 결승골에는 관여했다. 후반 19분 날카로운 코너킥을 차올렸고, 이반 페리시치가 머리로 케인에게 연결해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손흥민 유니폼 맞춰 입은 팬들 - 손흥민의 토트넘 유니폼을 맞춰 입은 축구 팬들이 20일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3라운드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의 경기를 보러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향하고 있다. 손흥민은 선발 출전해 76분을 뛰었지만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손흥민이 교체된 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투입돼 한국인 선수 맞대결은 무산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 시즌 상대팀들은 득점왕 손흥민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첼시전(2대2 무승부)이 대표적이었다. 손흥민에게 경기 내내 전담 수비수가 붙어 있었고, 공을 잡는 순간 수비수 2명이 추가로 달려들어 재빨리 감쌌다. 손흥민은 별수 없이 패스를 돌리다가 후반 34분 교체됐다. 첫 경기였던 사우샘프턴전(4대1 승), 이날 울버햄프턴전에서도 손흥민은 집중 견제 탓에 특유의 ‘치고 달리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가중된 수비 부담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의 주요 득점 전술 중 하나는 케인에서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공간 침투였다. 중원에 내려온 케인이 빠르게 내달리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찔러 주는 역습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었다. 올 시즌 3경기 동안 상대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케인이 중앙선 근처에서 공을 잡으면 미드필더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강하게 압박하면서 손흥민을 향한 패스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에 콘테 감독은 토트넘 측면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주문했다. 케인 주위에 토트넘 선수들이 많아지면 공격이 더 수월하게 풀릴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측면 수비수들이 자신들의 수비 구역을 자주 비우자, 정작 패스를 받아야 하는 손흥민이 측면 수비에 신경 쓰면서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못하고 있다. 울버햄프턴전에서는 공격과 수비 진영을 오가다 체력이 떨어진 손흥민에게 주장인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소리를 질렀다가 서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슬로 스타터’ 손흥민

손흥민이 3경기 연속 골 사냥에 실패했지만, 팀은 순항 중이다. 21일 기준 토트넘은 리그 2위(승점 7·2승1무)다.

손흥민이 수비수를 끌어당기는 만큼 다른 동료에게 기회가 생긴다. 최전방 공격수 케인은 지난 2경기 연속 골을 넣었다. 케인은 울버햄프턴전 골을 통해 EPL 단일 클럽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185골)로 자리매김하는 골이었다. 또 다른 공격수 데얀 클루세브스키(22·스웨덴)도 시즌 첫 경기였던 사우샘프턴전에서 골 맛을 봤다.

손흥민이 ‘슬로 스타터’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손흥민은 지금껏 시즌 중반부터 무서운 기세를 보여왔다. 지난 시즌도 첫 12경기에서 4골에 그쳤지만, 마지막 10경기에서 12골을 몰아치며 골든 부트를 품에 안았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아쉬움을 표출했다. 손흥민은 울버햄프턴전 뒤 “골을 못 넣을 때 가장 안타깝고 아쉽다”며 “분명히 나의 부족한 골 결정력이었다. 더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