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그앙 14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격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날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은 자신 이름이 한글로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AFP 연합뉴스

0-0이던 전반 23분.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이 공을 잡아 앞으로 전진, 측면의 우스만 뎀벨레(26·프랑스)에게 찔러줬다. 뎀벨레에게 공을 받은 킬리안 음바페(25·프랑스)는 페널티 박스 바로 밖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한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 선수들. 이들의 흰색 유니폼에는 이강인, 음바페, 뎀벨레 등 이름이 한글로 적혀 있었다.

이강인은 3일 프랑스 르아브르의 스타드 오세안에서 르아브르와 벌인 2023-2024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 14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 풀타임을 소화했다.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음바페 등 선수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공격을 풀어나갔다. PSG는 2대0으로 승리. 10승3무1패(승점 33)로 리그 선두를 달린다.

PSG는 경기 초반 위기를 맞았다. 전반 10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24·이탈리아)가 페널티 박스 밖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했는데, 심판은 득점 기회를 명백히 방해했다고 보고 돈나룸마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PSG는 수적 열세에도 음바페의 득점력 등을 앞세워 기세를 잡았다. 1-0이던 전반 32분엔 이강인이 음바페에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준 뒤 음바페가 마무리, 이강인이 한글 유니폼을 입고 도움을 작성하는 듯했지만 심판진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려 아쉬움을 삼켰다.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골키퍼 아르나우 테나스(22·스페인)는 연이은 선방 쇼를 펼쳤다. 그리고 후반 44분 PSG 비티냐(23·포르투갈)가 쐐기 골을 넣으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전반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는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1일 PSG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글 유니폼 사진을 공개하며 르아브르 원정에서 선수들이 입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PSG가 한글 유니폼을 따로 제작해 경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강인 영입 후 한국 PSG 팬들이 급증하고, 유니폼 판매 등 구단 수익 증가로도 직결되자 팀이 팬 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마크 암스트롱 PSG 최고수익 책임자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이강인 합류 이후 홈구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를 찾은 한국 팬은 이전보다 20% 증가했다”며 “한국은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리그 사무국은 최근 “PSG 스타는 이강인. 그의 유니폼 판매량은 음바페나 뎀벨레보다 앞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지난 7월 스페인 라 리가의 마요르카에서 PSG로 이적했다. 마요르카에 이적료 2200만유로(약 311억원)를 안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강인은 리그 6경기,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경기를 소화했고, 총 2골 1도움(리그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에 녹아들었다. 이강인이 왼쪽에서 음바페와 공을 주고받으며 공격을 풀어나가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한국 팬들은 이강인 유니폼, 태극기를 들고 PSG 홈을 찾아 응원전을 펼친 후 SNS(소셜 미디어) 등에 후기를 남긴다. 한국 팬들이 영국 런던을 찾아 손흥민(31·토트넘)을 응원하는 문화가 수년 전 생긴 것처럼, 이강인 프랑스 진출 후 파리에도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