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경기에서 인종차별 구호를 외친 관중을 가리키고 있는 비니시우스. /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 축구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한 관중에게 철퇴가 내려졌다. 피해자는 레알 마드리드 스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4·브라질). 지난해 5월 스페인 프로 축구 1부 리그 라 리가(La Liga) 경기 중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 흉내를 내는 등 모욕한 관중 3명에게 스페인 법원이 10일(현지 시각)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2년간 라 리가 경기와 스페인 축구협회 주관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에 출입 금지 조치도 받았다. 이들은 레알 마드리드 상대였던 발렌시아 팬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에서 축구장 내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경기 중 피부색을 조롱하는 구호와 몸동작, 노래 등으로 비니시우스를 조롱했다. 흑인인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 몸짓과 울음소리를 경기 내내 반복했다. 당시 비니시우스는 참지 못하고 경기 도중 그들에게 소리치면서 항의했고, 눈물까지 흘렸다. 스페인 법원은 “피고인들은 선수에게 좌절감과 수치심, 굴욕감을 줬고, 인간의 본질적인 존엄성까지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당초 이들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려 했으나, 그들이 유죄를 인정해 형량을 감면했다. 축구장 출입 금지 조치도 3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실형은 받았지만 스페인에선 전과 없이 비(非)폭력 범죄로 2년 이하 징역형을 받으면 형 집행을 2~5년간 유예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도 실제 수감되진 않을 전망이다.

판결이 나오자 비니시우스는 “많은 사람이 그들을 무시하고 축구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나는 늘 인종차별주의자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이번 판결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흑인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며, 어둠 속에 숨어 있으라”며 “그렇지 않으면 내가 찾아내겠다”고 경고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은 “긍정적인 발전이다. 아직도 인종차별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그들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공동체 일원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 리가 회장은 “라 리가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찾아내서 신고할 것이며, 그들에겐 걸맞은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