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잉글랜드가 극적으로 8강에 올랐다. 잉글랜드는 1일(한국시각) 독일 겔젠키르헨에 위치한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유로2024 16강전서 연장 전반 터진 해리 케인의 역전골을 앞세워 2대1 극장승을 거뒀다./연합뉴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은 유로 2024 내내 비판을 들어 왔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 등 화려한 진용을 자랑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졸전 끝에 1승2무라는 기대 이하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비판은 주로 최전방 공격수 케인에게 쏠렸다. 케인은 3경기 1골에 그치고 있었다.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1986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 했었던 개리 리네커는 “솔직히 말하면 케인은 훨씬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자 앨런 시어러, 2000년대를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도 케인 비판에 나섰다. 이에 케인은 “잉글랜드는 오랫동안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선배들 상당수도 결국 우승은 하지 못한 선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케인 말처럼 잉글랜드는 1966년 월드컵 이후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기세등등한 케인과 달리 잉글랜드 경기력은 나아지 않았다. 1일 열린 유로 2024 16강전에서 한 수 아래인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밀리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전반 25분 슬로바키아 후방에서 공이 갑작스레 잉글랜드 진영으로 길게 넘어왔다. 공은 슬로바키아 선수 머리를 맞고 페널티 아크 근처로 연결됐고, 이를 이어받은 이반 슈란츠(슬라비아 프라하)에게 선제 골을 허용했다. 잉글랜드는 침울했다. 후반 초반 필 포든이 골을 넣었으나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그 뒤 이렇다 할 장면 없이 경기 종료 직전까지 시간이 흘렀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요즘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는 주드 벨링엄. 후반 추가시간 5분, 슬로바키아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스로인으로 넘어온 공이 잉글랜드 동료의 머리를 거쳐 골문 앞에 다다랐다. 이때 벨링엄이 하늘 높이 뛰어 올라 오른발로 오버헤드킥을 때렸다. 공은 정확히 슬로바키아 골문 오른쪽에 꽂혔다.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잉글랜드는 연장을 시작한지 1분만에 해리 케인이 역전골을 넣었다. 팀 동료가 절묘하게 머리로 골문 오른쪽에 보낸 공을 케인이 마무리했다. 잉글랜드는 2대1 승리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동점골의 주인공 주드 벨링엄은 “내 오버헤드킥은 우리에게 쏟아지는 쓰레기 같은 말들에 대한 반격”이라고 했다. 선배들의 비판을 향한 발언이었다는 해석이 많다. 앨런 시어러는 “그래도 승리해서 다행이다”라면서 “항상 우리에겐 ‘그래도’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라고 뒤끝을 남겼다. 잉글랜드는 8강에서 스위스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또다른 강호 스페인은 순항 중이다. 같은 날 조지아와의 16강전에서 4대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18분 자책골을 내줬지만 그 뒤 4골을 쓸어 담았다. 8강 상대는 개최국 독일.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두 팀의 대결이라 미리보는 결승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두 팀은 통산 26차례 맞붙어 독일이 9승, 스페인이 8승을 거뒀다. 9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