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알카라스가 15일 윔블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EPA 연합뉴스

카를로스 알카라스(세계랭킹 3위·스페인)가 2연속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본인의 시대임을 알렸다. 알카라스는 14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2위·세르비아)를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알카라스는 지난해 윔블던에서도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년 전 결승은 치열한 혈투였지만, 이날은 알카라스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21세 알카라스는 지난해보다 더 성장해 ‘무결점’에 가까운 선수가 됐다. 알카라스는 지난 6월 프랑스오픈에 이어 메이저 2개 대회 연속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한 시즌에 클레이 코트에서 벌어지는 프랑스오픈과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 남자 단식을 연달아 제패한 선수는 프로에 문호를 개방한 1968년 이후 6명 뿐이다. 로드 레이버(호주), 비에른 보리(스웨덴), 라파엘 나달(스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 조코비치에 이어 알카라스가 여섯 번째다. 알카라스는 또 메이저 대회 결승에 네 번 올라 네 번 모두 우승하는 집중력도 과시했다.

37세 조코비치는 과거보다 더 빨리 지쳤다. 지난 6월 프랑스오픈 8강을 앞두고 오른 무릎을 다쳐 수술까지 한 터였다. 이날도 무릎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나왔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에 이어 세계 테니스를 오랫동안 제패했던 조코비치는 올해 주춤하다. 2024년 들어 메이저 대회는 물론이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서 우승이 없다.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함께 8회 우승으로 윔블던 남자 단식 선수 역사상 최다 우승자다. 메이저 대회 우승만 24번. 남자 선수 중 최다 우승 횟수 공동 1위에 올라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여자부 마거린 코트를 제치고 남녀 선수 통틀어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많이 정상에 오른 선수가 될 수 있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조코비치는 “오늘 알카라스는 압도적이었다. 그는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알카라스는 이날 경기를 마치고 “나도 그 대단한 사람들(Big guys)와 같은 테이블에 앉고 싶다”라고 했다. 나달, 페더러, 조코비치의 업적을 뒤쫓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어 알카라스는 “가족, 코치진과 함께 축구 결승을 볼 것이다. 나는 임무를 마쳤다. 스페인 축구대표팀도 나처럼 해내는지 두고 보겠다”며 웃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스페인과 잉글랜드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결승이 벌어졌다. 윔블던 결승전이 끝난 시점으로부터 약 3시간 뒤 킥오프했다.

스페인 축구대표팀과 남자 테니스 스타의 동반 우승은 처음이 아니다. 알카라스의 스페인 선배인 라파엘 나달과 스페인 축구 대표팀은 2008년 각각 윔블던과 유로에서 나란히 우승했다. 그리고 나달이 두 번째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2010년에는 스페인 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알카라스는 지난 13일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뒤엔 “스페인 국민에겐 완벽한 일요일(15일)이 될 것”이라고 말해 영국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스페인은 15일 잉글랜드를 2대1로 꺾으면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알카라스와 스페인 축구대표팀은 자국 국민에게 ‘완벽한 일요일’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