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플로리다주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결승전. 리오넬 메시(37·인터 마이애미)가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21분 혼자 달리다 발목을 삐끗하면서 쓰러졌다. 그리고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낸 뒤 땅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안타까워했다. 더는 뛸 수 없다고 느낀 것이다.

우리 팀 자랑스러워 - 리오넬 메시가 15일 2024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메시는 이날 발목 부상으로 후반 21분 교체된 뒤 눈물을 흘렸으나, 아르헨티나가 선제골을 넣고 난 뒤부터는 활짝 웃었다. /AFP 연합뉴스

메시는 벤치에 들어간 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메시가 이렇게 우는 건 2021년 소속팀 FC바르셀로나를 떠날 때 말고는 없었다. 중계 화면에 잡힌 메시 오른쪽 발목은 평소보다 2배 이상 부어 있었다.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결승까지 올라온 메시. 그는 대회 전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다”면서 사실상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대회임을 알린 바 있다. 그 마지막을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열망이 부상으로 차질을 빚자 마음이 울컥한 것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할 때 ‘걸림돌’ 취급당하던 선수가 있었다.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27·인테르 밀란). 촉망받는 공격수였던 그는 월드컵 6경기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메시가 수비수 몇 명을 벗겨내고 건네준 공을 하늘로 띄우기 일쑤였다. 마르티네스는 “그때는 공을 찰 수 없을 정도로 발목이 아팠다. 계속 주변에 미안하다고 하자 오히려 메시는 ‘걱정 말고 부상 회복에만 집중해라’고 위로해줬다”면서 고마워했다.

골 없이 향한 연장 전반 7분 마르티네스는 비장한 표정과 함께 들어갔다. 연장 후반 7분, 마르티네스가 뒤로 패스를 돌린 뒤 빠르게 가운데로 내달렸다. 당황한 콜롬비아 수비진은 뒤 공간을 내줬고, 아르헨티나 지오바니 로 셀소(토트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르티네스 앞에 공을 뿌려줬다. 공과 함께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한 마르티네스는 골키퍼를 무력하게 만드는 발 빠른 슈팅으로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골이 터지자 메시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르티네스는 메시에게로 달려가 그를 안았다. 그제야 메시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마르티네스는 메시에게 진 빚을 갚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르티네스 골을 지켜낸 아르헨티나는 1대0 승리와 함께 우승컵을 안았다. 마르티네스는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 전체 9골 중 5골을 혼자 넣으면서 득점왕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는 2020 코파 아메리카, 2022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아르헨티나 이전에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을 이룬 나라는 2008~2012년 동안 유로 두 번, 월드컵 한 번 정상에 올랐던 스페인이 유일하다. 아울러 아르헨티나는 코파 아메리카 통산 우승 횟수를 16회로 늘리면서 우루과이(15회)를 따돌리고 최다 우승국 자리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