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준우승이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골잡이 해리 케인(31·바이에른 뮌헨). 그는 15일(한국 시각) 끝난 유로 2024 결승에서 스페인에 1대2로 져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직전 유로 2020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이날 잉글랜드는 후반 2분 스페인 니코 윌리엄스(22·아틀레틱 빌바오)에게 선제 골을 허용하고 끌려갔다. ‘천재 소년’으로 통하는 라민 야말(17·바르셀로나)이 도움을 줬다. 후반 28분 교체 투입된 콜 파머(22·첼시)가 왼발 중거리슛으로 동점을 만들어 기사회생하는가 싶었지만 스페인 미켈 오야르사발(27·레알 소시에다드)에게 후반 41분 결승 골을 내줬다.

하늘이 원망스러워 - 잉글랜드 해리 케인이 15일 유로 2024 결승전에서 진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케인은 이날 61분 동안 경기를 뛰면서 슈팅 시도 1개에 그치고 교체돼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케인은 세계 최정상 스트라이커로 꼽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든 경험은 없다.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시절 리그 득점왕 3차례, 2018 러시아 월드컵 득점왕(6골),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긴 첫해 또 리그 득점왕. 그러나 번번이 정상 정복은 실패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케인이 오기 전 11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하필 케인이 오자마자 리그 3위로 미끄러졌다. ‘해리 케인의 저주’ ‘무관(無冠) 징크스’라는 불명예가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 불운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잉글랜드는 1966년 월드컵 이후 사상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케인은 이번 대회에서도 다니 올모(스페인), 코디 학포(네덜란드) 등 5명과 공동 득점왕(3골)에 올랐다. 케인은 결승전에선 후반 16분 올리 왓킨스(29·애스턴 빌라)와 조기 교체됐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팀으로도 개인으로도 너무나 힘든 순간”이라며 “커리어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순간까지 올라왔는데 지금은 우리 모두가 최악 상황(lowest of the lows)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유로 대회 정상에 올랐다. 당시 스페인은 유로 2008-2010 월드컵-유로 2012를 연달아 우승하면서 전성기를 누렸으나, 주축이던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이 노쇠화하면서 2014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2018·2022 월드컵과 유로 2016 16강 탈락이란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잉글랜드·프랑스 등에 밀려 우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회 내내 참가 팀 중 가장 안정된 경기력을 뽐내며 승승장구했다.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강호들을 연달아 만나는 어려운 대진 속에서도 7경기 전승(全勝)으로 마감했다. 유로 통산 네 번째 우승. 독일(3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스페인 축구 미래는 밝다. 야말과 윌리엄스 등 신예들과 로드리(28·맨체스터 시티), 알바로 모라타(32·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신구 조화가 좋다는 평가다. 야말은 이번 대회에서 1골 5도움을 기록하며 역대 최연소 출전(16세 338일), 최연소 득점(16세 361일), 최연소 우승(17세 1일) 등 숱한 기록을 세웠다. 대회 MVP(최우수 선수)에는 로드리가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