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내놓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AFP 연합뉴스

초창기 PC 개발을 선도해 전설적인 컴퓨터 과학자 소리를 듣는 앨런 케이(83)가 2016년 서른 살이던 한 젊은이를 가리켜 “문명의 건설자”라고 격찬했다. 케이가 치켜세운 이 젊은이가 요즘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챗GPT’로 지구촌에 인공지능(AI) 열풍을 몰고 온 샘 올트먼 오픈AI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챗GPT 공개 이후 세상은 비로소 올트먼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실리콘밸리에서 그는 이미 영웅으로 통한다. 앞으로 그가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를 넘어 기술 세계의 차세대 리더가 될 것이라는 기대마저 쏟아지고 있다.

◇스탠퍼드대 중퇴한 젊은 AI 거인

올트먼은 시카고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세인트루이스에서 피부과 의사인 어머니, 두 남동생과 살았다. 유대인 핏줄을 물려받았다는 정도만 빼고 그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올트먼은 어릴 적부터 코딩에 관심을 보였다. 여덟 살 때부터 매킨토시 컴퓨터를 이용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했지만 만 19세이던 2005년 학교를 그만뒀다. 그러고선 루프트라는 스타트업을 친구들과 창업해 위치 기반 소셜미디어 앱을 개발했다. 올트먼은 2012년 4340만달러를 받고 루프트를 매각했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뿐 아니라 우주산업까지 손을 뻗쳤듯 올트먼도 한 사업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선구자 격인 Y콤비네이터에 2011년 파트타임 파트너로 합류한 올트먼은 2014년 이곳의 대표가 됐다. 폴 그레이엄 Y콤비네이터 창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은 19세의 올트먼을 처음 본 인상을 후일 이렇게 기록했다. “만난 지 3분 만에 ‘빌 게이츠가 열아홉 살 때 분명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트먼이 선구안을 가동해 Y콤비네이터는 레딧·에어비앤비·코인베이스·드롭박스를 비롯해 3500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미국 잡지 포브스는 2015년 올트먼을 30세 미만의 최고 투자자로 선정했다. 올해 37세가 된 이 청년이 기업가·투자자·프로그래머로 벌어들인 돈은 2억5000만달러나 된다.

2015년 올트먼은 Y콤비네이터 리서치라는 사내 연구소에 10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곳은 신도시 건설, 기본 소득, 컴퓨팅의 미래를 망라한 광범위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왔다. 올트먼의 넓은 관심 범위를 보여준다.

올트먼은 2019년 Y콤비네이터에서 회장직으로 한발 뒤로 물러났다. 2015년 일론 머스크와 공동 설립한 오픈AI에서 챗GPT 개발에 집중하고자 한 것이다. 대화형 AI를 개발하는 가운데서도 올트먼은 2020년 월드코인이라는 회사도 설립해 쉼 없는 도전과 탐색을 이어갔다. 월드코인은 홍채를 인식해 디지털 화폐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 구현을 목표로 한다.

◇13가지 성공 비결 화제

올트먼이 세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자 그가 2019년 블로그에 적은 ‘성공하기 위한 13가지 방법’이란 글이 회자되고 있다. 그가 창업자 수천 명을 관찰해 얻은 통찰이 담겨 있다.

올트먼은 사람들 대부분이 직선의 기울기로 경력을 끌어올리지만 멀리 내다보고 자본, 기술, 브랜드, 네트워크를 복합적으로 키워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J자 형태로 솟구치며 기하급수적으로 분출하는 형태의 경력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올트먼은 일론 머스크를 예로 들며 망상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라고 했다. 그는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터득해야 답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올트먼은 똑똑하거나 또는 노력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갖추면 90%의 타인을 넘어설 수 있지만, 99%보다 앞서려면 둘 다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는 요령에 대해 올트먼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낀다는 평판을 얻어야 한다고 했고, 타인의 좋은 점을 널리 공유하는 데 인심을 후하게 쓰면 자신에게 10배로 돌아온다고 했다.

올트먼은 대화를 즐긴다. 그는 코로나로 화상 회의가 일상이 되기 이전에 “한 달에 업무상 통화를 6000분 이상 하고 있다”고 주변에 말한 적이 있다. 하루 3시간이 넘는 수치다.

선글라스를 쓴 샘 올트먼. 작년 6월 모습./로이터 뉴스1

◇에너지·정치까지 관심사 폭넓어

올트먼은 차세대 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2015년 블로그에 “20세기가 탄소 에너지 시기였다면 22세기는 핵융합 에너지 시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2100년대의 에너지원에 대해 앞서가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 원자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올트먼은 핵융합 발전 개발 회사인 헬리온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 공들여 키우고 있다. 헬리온은 2021년 5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는데, 그중 3억7500만달러가 올트먼의 투자였다. 올트먼은 또한 초소형 원자력발전소 ‘오로라’를 개발한 에너지 기업 오클로에도 투자해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오로라는 핵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청정 원전으로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 NBC뉴스는 “인간이 일을 안 해도 되는 세상을 올트먼이 꿈꾸고 있다”며 “그런 올트먼식 유토피아를 구현하는 두 핵심 축은 고성능 AI와 저렴한 에너지”라고 했다.

올트먼은 정치에도 관심이 많다. 2014년 야후 최고경영자였던 머리사 메이어와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위한 모금 행사를 열었다. 2017년 무렵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출마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공개한 적이 있다. 주지사 출마 뜻은 접었지만 올트먼은 주택·의료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정치 운동인 ‘유나이티드 슬레이트’를 주도했다.

올트먼은 채식주의자다. 그의 옷장에는 티셔츠와 청바지가 가득하다고 한다. 일찌감치 고등학생 시절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다. 루프트를 공동 창업한 닉 시보와 9년간 사귀다가 헤어졌다.

앞으로 올트먼이 넘어야 할 산은 여럿이다. 챗GPT가 인터넷상 정보를 가져오는 행위가 절도라는 저작권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 대화형 AI 산업의 수익 모델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다는 반응도 있다. AI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근원적 두려움도 장애물이다.

올트먼이 과대평가된 인물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오렌 에치오니 전 앨런AI연구소장은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늘려가는 걸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서거나 거대한 독립 기업이 되려는 신호가 아닌 것 같다”며 “올트먼은 빌 게이츠를 넘어설 수 없으며, 단순한 억만장자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샘 올트먼은

1985년 시카고 태생

2005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중퇴

2005년 스타트업 루프트 공동 창업

2012년 루프트 4340만달러에 매각

2014년 벤처캐피털 Y콤비네이터 대표

2015년 일론 머스크와 오픈AI 창업

2022년 오픈AI, 챗GPT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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