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맥도널드 매장 간판./로이터 뉴스1

파리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나가면 프랑스에 맥도널드 매장이 꽤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2021년 기준 맥도널드 매장이 1517곳입니다. 독일보다 85곳, 영국보다 150곳 더 많습니다. 프랑스 인구가 독일보다 23% 적고, 영국과는 거의 같으니까 유독 프랑스에서 맥도널드가 잘되고 있는 셈입니다.

전 세계로 보더라도 인구 1억명 이하 나라 중에서는 프랑스가 맥도널드 매장 숫자 1위국입니다. 파리 샹젤리제점은 4만곳에 이르는 세계 맥도널드 매장 가운데 매출 선두를 다툽니다. 이쯤이면 아이러니입니다. 미식의 나라에서 왜 ‘정크 푸드’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구가할까요.

일찍 문 닫는 현지 식당과 달리 맥도널드는 심야까지 영업하니까 편리합니다. 저소득층에게는 번듯한 요리사가 있는 식당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매력이 있죠. 그리고 이제는 프랑스인들도 끼니를 속도감 있게 해결하려 듭니다. 미국 기업을 배격하는 유럽식 ‘콧대 높이기’도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번 주 커버 스토리로는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와인을 점점 덜 소비하는 현상을 짚었습니다. 가만 보면 프랑스에서 맥도널드가 인기 끄는 비결과 와인을 덜 마시는 이유는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와인은 여럿이 모여 천천히 음미하는 ‘느리고 비싼 술’이죠. 경쾌한 스텝으로 살아가는 1인 가구가 많은 요즘 유럽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혼자 사는 젊은이들 중에는 비싼 부르고뉴 와인을 즐길 만한 여유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프랑스 MZ 세대는 미국 문화에 위 세대보다 열려 있기도 합니다. 파리에서 특파원으로 일할 때 알고 지낸 현지 젊은이들은 와인 대신 미국 또래들처럼 맥주 마시는 게 실속 있고 힙하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인간이 무리지어 이동하는 것도 식음료 산업에 영향을 미칩니다. 프랑스인 열명 중 하나는 북아프리카 등에서 넘어온 무슬림 이민자입니다. 대체로 저소득층인 이들은 교외에 거주하고, 저렴한 패스트푸드를 찾는 경우가 많죠. 맥도널드 매장이 도심보다 외곽의 저소득층 주거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게 우연은 아닐 겁니다. 무슬림 이민자들은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율법에 따라 대체로 와인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갑니다.

인간이 먹고 마시는 관습이 바뀌는 건 문화와 산업의 관점에서 모두 커다란 변화의 회오리입니다. 10년 후, 100년 후에는 세계 각지에서 저마다 어떤 음식과 술을 즐기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영업한다는 파리 근교 티예의 맥도널드 매장 영업 시간 안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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