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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제 하면 프랑스의 주 35시간제가 가장 유명할 겁니다. 시행한 지 20년이 넘어 정착됐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유연하게 바꾸자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기 때문이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 초 의료진에 대해서도 35시간제가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적용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파리 특파원으로 일하던 시절 ‘미스터 35시간’으로 불리는 이브 바루씨를 만난 적 있습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노동부 국장으로 재직할 때 35시간제를 설계한 주역이었습니다. 그런 바루씨도 “35시간제를 모든 일터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했습니다. 그는 유서 깊은 색소폰 제조 회사 셀메르를 모범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색소폰이 많이 팔린다는 점을 감안해 이 회사는 9월부터 12월 사이는 주당 42시간, 수요가 적은 상반기에는 32시간 일한다는 겁니다.
바루씨는 “짧게 일하고 싶거든 남녀의 근로시간이 거의 같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남편과 아내가 각 35시간씩 일하는 프랑스 부부와, 아내가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남편이 50시간 일하는 아시아 국가 부부를 예로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 서로 다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35시간 대 50시간’만 눈여겨보면 곤란하다는 게 바루씨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일을 적게 하는 게 좋다고요? 유럽의 평균 근로시간이 짧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숨은 그림’도 봐야 합니다. 2021년 EU 통계 기구 조사에 따르면, 파트타임 근로자 가운데 수입을 늘리기 위해 더 오래 일하고 싶지만 그런 선택이 막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에서 절반이 넘고, 프랑스도 3분의 1에 가깝습니다. 경기가 나쁘고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치중하니까 반강제로 짧게 일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거죠.
윤석열 정부가 52시간 근무제를 일부에 한해 유연하게 바꿔보자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현실에 맞는 현명한 답을 찾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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