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촉은 옛 소련이 1970~80년대에 개발한 치명적인 신경 작용제다. 러시아어로 ‘신입’ 또는 ‘새로 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현재 러시아만 만들고 다룰 줄 알기 때문에 노비촉을 이용한 테러 사건이면 러시아 정보기관의 소행으로 간주된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2017년 4월 시베리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서 눈에 화학물질 테러를 당한 뒤 아내 율리아의 간호를 받고 있다. 당시 이 테러로 나발니는 한쪽 눈의 시력을 80%가량 상실했다. 지난달 20일 여객기 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을 잃은 나발니를 치료 중인 독일 정부는 2일 그의 몸속에서 치명적인 독극물인 노비촉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2017년 싱가포르에서 북한이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할 때 사용한 물질인 VX보다 5~8배 더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비촉에 접촉하면 뇌 경련, 호흡 곤란, 구토, 심장 박동 급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미세한 분말 형태로서 대부분의 신경 작용제가 가스 형태인 것과 다르다. 마시거나 먹는 것뿐 아니라 피부와 점막을 통해서도 흡수된다. 2018년 영국의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도 자택 출입문 손잡이에 러시아 정보요원이 묻혀 놓은 노비촉을 만졌다가 중독됐다. 인체에 들어가서 몇 시간에 걸쳐 계속 중독이 진행된다.

서방에서는 한동안 노비촉의 존재를 몰랐다. 노비촉 개발에 참여한 러시아 학자였던 빌 미르자야노프(85) 박사가 1990년대 미국으로 망명해 노비촉의 존재와 화학 구조를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스크리팔 사건 당시 미르자야노프는 “피부로 침투하는 노비촉은 습도가 높아지면 독성이 약해진다”며 “영국의 습한 날씨가 스크리팔의 목숨을 살린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