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봉쇄 조치를 내리지 않아 주목받아온 스웨덴에서 코로나 ‘2차 확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 ‘자율 방역’을 강조하며 국가 개입을 최소화했던 스웨덴 정부는 뒤늦게 방역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4일(현지 시각) 코로나 확진자가 3213명 집계된 것을 비롯해 10월 말부터 매일 3000명 안팎의 새로운 환자가 확인되고 있다. 가장 많았던 날은 10월 30일로 4062명에 달했다. 인구가 1020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스웨덴 1차 확산 때도 가장 많은 하루 확진자는 1698명(6월 28일)이었다.
스웨덴은 그동안 이동 제한령이나 영업 금지령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도 강제하지 않을 정도였다. 재택 근무 권장, 고등학교·대학의 온라인 수업 실시, 50인 이상 모임 금지 정도가 정부 차원의 방역 규제였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부인해왔지만 스웨덴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서서히 감염돼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상태를 말하는 집단 면역을 추구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2차 확산이 가속화하면서 스웨덴은 방역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스테판 뢰벤 총리는 지난 3일 식당·카페에서 한 테이블에 최대 8명까지만 앉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또한 수도 스톡홀름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쇼핑몰, 박물관, 도서관 등의 방문을 자제하라고 했다. 뢰벤 총리는 “점점 더 많은 중환자용 병상이 코로나 환자를 위해 쓰이고 있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5일 뢰벤 총리는 자신과 가까운 지인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며 예방 차원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몇 가지 방역 규제를 도입했지만 스웨덴은 여전히 다른 유럽 국가보다 두드러지게 수위가 낮은 방역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뢰벤 총리는 “스웨덴은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장기 전략을 원한다”고 했다. 성숙한 국민 의식을 신뢰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스웨덴에서는 5일까지 누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14만1764명 확인됐고, 그중 6002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