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은 단연 인도계 이민 3세인 리시 수낙(40) 재무장관이다. 지난 2월 수낙이 경제팀 수장으로 지명됐을 때만 하더라도 힌두교도라는 점이 부각되고 경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미래의 총리감’으로 떠올랐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실시한 정치인 인기도 조사에서 수낙에 대해 호감이 있다는 응답은 48%로서 여야 모든 정치인 가운데 가장 높았다. 보리스 존슨 총리(40%)는 물론이고 사디크 칸 런던시장(29%),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28%) 같은 거물을 멀찍이 따돌렸다.
앞서 지난 9월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가 주요 정치인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을 때 수낙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64%로서 재무장관에 대한 만족도로는 42년 만에 최고치였다. 존슨 총리에 대한 만족도(40%)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수낙의 인기 비결은 신선함에 있다. ‘경제 부총리’인 재무장관은 고리타분한 이미지였지만 수낙은 지적인 신세대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는 옥스퍼드대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 업계에서 일하다 35세에 하원 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다.
수낙은 언행이 절제돼 있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존슨 총리나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실 수석 보좌관,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 등 거친 말을 쏟아내는 강경 우파 정치인들에게 식상해하는 영국인들이 수낙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유고브는 “수낙이 새로운 보수당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노동당 지지자들도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재무장관으로 코로나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수낙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도 그가 지도자감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25일 수낙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1.3%로 예상된다”며 “300년 만에 가장 큰 충격”이라고 했다. ‘300년 만에 최악’이라는 평가를 스스로 내놓아 솔직하다는 말을 들었다. 수낙은 요즘 영국 정치권의 실세로 통하는 존슨 총리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와도 사이 좋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수낙은 군살이 없고 몸에 딱 붙는 정장을 입는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달 중순 한 온라인 업체의 ‘가장 섹시한 영국 정치인’을 묻는 조사에서 수낙이 26%로 1위였다.
수낙의 장인은 인도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인포시스의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이다. 아내 악샤타 무르티와는 둘이 함께 스탠퍼드대에서 MBA 과정에 유학중일 때 만나 결혼했다. 악샤타는 인포시스 지분 0.81%를 중심으로 3억파운드(약 440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