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전략적인 미래를 위해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더라도 원전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에너지원으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국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마크롱은 이날 프랑스 동부의 르크뢰소에 있는 원자로 제조회사 프라마톰을 방문해 “원자력은 프랑스 에너지 공급의 핵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마톰은 세계 최대 원전기업인 EDF(프랑스 국영전력공사)의 자회사다.
마크롱은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적고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며 “우리의 에너지와 환경의 미래가 원자력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원전 비중을 낮춰 에너지원 구성을 조정하려고 해도 앞으로도 수십 년은 원전이 계속 기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발전 에너지 중 원전 비율이 72%(2018년)로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임 사회당의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 시절 2025년까지 원전 비율을 50%까지 낮추겠다고 했지만 마크롱은 50%로 낮추는 시점을 2035년으로 10년 늦췄다.
마크롱은 원전에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차세대 원자로 연구에 5억유로(약 6600억원)를 투자한다고 소개했다. 현재 제작 중인 원자로 가동을 서두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프랑스 국영전력공사 EDF는 2023년까지 차세대 원자로인 EPR 3기를 가동할 예정인데, 마크롱은 속도를 내서 이를 내년까지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내년에만 원전 분야에서 5000명을 새로 고용할 예정이라며 원전 산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원전 분야 종사자가 21만명에 이른다. 그는 “특히 우리 젊은이들에게 원자력 부문만큼 (좋은) 전망을 제시하는 분야는 드물다”고 했다.
마크롱이 방문한 프라마톰은 민간의 에너지용 원자로뿐 아니라 핵 잠수함 등 무기에 들어가는 핵 추진 원자로도 제작하는 업체다. 이날 마크롱은 원전의 중요성뿐 아니라 핵 무기까지 포함해 원자력 관련 전반의 경쟁력을 포괄적으로 강조했다고 프랑스 언론은 보도했다.
마크롱은 “핵은 프랑스의 전략적인 자율성을 떠받치는 초석으로 계속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은 이날 프랑스의 유일한 핵 추진 항공모함인 샤를드골호를 대체할 후속 핵 항모를 70억유로(약 9조2000억원)을 투입해 2038년에 진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샤를드골호는 4만2000t급이지만 후속 항모는 7만t급으로 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