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군 외인부대에서 저격수로 복무한 이색 경력을 가진 교민이 프랑스 한인회장에 당선됐다.
11일(현지 시각) 후보 2명이 출마한 가운데 치러진 프랑스 한인회장 선거에서 외인부대 출신의 송안식(50)씨가 59%를 득표해 2년 임기의 한인회장으로 선출됐다. 송씨는 프랑스 한인 약 2만 명을 대표하게 됐다. 그는 “외인부대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전우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워 대인 관계 하나는 좋다는 게 내 장점”이라며 “화목한 한인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프랑스 외인부대는 1831년 창설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선발한 대원들을 고도의 전투력이 필요한 작전에 투입하는 특수부대다. 5년을 만기 제대하면 프랑스 국적을 준다. 경남 남해 출신의 송씨는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1996년 외인부대에 지원했다. 그는 “모험심이 넘치던 시기였고 여러 나라를 다녀보고 싶어서 외인부대에 지원했다”고 했다.
송씨는 공수연대 산악중대 소속으로 아프리카 차드, 콩고, 가봉, 보스니아 내전에 투입됐다. 고공 낙하 훈련만 300번 가까이 수행했다. 그는 “콩고 내전 때 죽을 고비를 넘겼다”며 “험준한 코르시카섬의 산을 능선만 타고 섬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훈련이 특히 힘들었다”고 했다. 프랑스군 십자무공메달과 나토(NATO)메달을 비롯해 무공훈장을 7개 받았다.
2001년 전역 후 프랑스에 정착한 송씨는 건설 현장에서 로프에 매달려 외벽을 타고 작업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았다. 2014년에는 외벽 타는 공사를 맡는 업체를 차려 현재 직원 15명을 두고 있다. 송씨는 외인부대 한인 전우회 회장도 맡고 있으며, 6·25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노병(老兵)을 돕는 일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송씨는 “모자란 인덕과 그릇을 넓히고자 한인회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도전했다”며 “외인부대 생활과 외벽 타기를 통해 무서움을 극복해온 경험이 한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씨에 따르면 프랑스 외인부대를 만기 제대한 한국인은 200명가량이다. 약 50명이 프랑스에 남았고, 100명 정도는 귀국했으며, 50명쯤은 제3국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