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본토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백신의 접종이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23일 스위스를 시작으로 24일 세르비아가 뒤따르며 오는 27~29일부터는 EU 27개 회원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 지난 8일 영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을 포함해 새해를 맞이하기 이전에 유럽에서만 약 30개국이 백신을 접종한다.
스위스는 23일 루체른의 한 요양원에 거주하는 90세 여성을 제1호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공동 개발 백신을 접종했다. 스위스 정부는 화이자 백신을 300만회분 확보했으며, 지난 19일 이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다. 300만회분 중 1차로 10만7000회분을 22일 받자마자 이튿날 접종을 개시한 것이다.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다. 루체른 보건당국은 “백신을 둘러싼 모든 이들의 기여로 크리스마스 이전에 접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스위스에 이어 24일에는 동유럽의 세르비아가 역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22일 화물기를 통해 1차로 화이자 백신 5000회분이 수도 베오그라드의 벨그레이드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을 국영방송이 내보냈다. 세르비아는 1월까지 화이자 백신 2만1000회분을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스위스처럼 세르비아도 요양원의 고령자부터 접종한다.
유럽 본토에서 1등과 2등을 차지한 스위스와 세르비아는 둘다 EU 회원국이 아니다. 막강한 협상력을 가진 EU와 별개로 일찌감치 화이자측과 접촉해 EU보다 빨리 접종을 시작하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세르비아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한국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나라지만 민첩하게 화이자 백신을 확보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르비아는 우호 관계에 있는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에 대해 안전성을 검증하면서 동시에 화이자와도 접촉했다.
스위스·세르비아에 이어 27일 프랑스·스페인·오스트리아가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등 EU에서는 다음주 초에는 거의 대부분의 회원국이 접종을 개시한다. 29일쯤에는 유럽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나라가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가 될 전망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몰타와 같은 지중해 섬나라는 물론 가장 큰 회원국인 독일까지 EU 전역에서 접종이 이뤄진다”고 했다. 27일 화이자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는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EU 회원국에만 1250만회분이 배달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