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명(프랑스) 대 4만1962명(독일).
EU(유럽 연합)가 지난 27일부터 27개 회원국에서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을 동시에 개시한 가운데 EU의 양대축인 프랑스와 독일의 접종자 숫자에 큰 격차가 생기고 있다.
공영라디오 네트워크 프랑스앵포에 따르면, 29일 저녁까지 백신을 접종한 사람 숫자가 프랑스에서는 119명이었으며, 독일은 4만1962명이었다. 독일이 352배 많다.
EU집행위원회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공동개발 백신을 일괄 구매해 회원국별로 인구 비례로 배분하고 있다. 따라서 접종자 숫자가 프랑스와 독일의 인구 차이 비율에 그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현격한 차이가 나면서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이 저조한 이유는 유럽에서도 백신을 둘러싼 불신 풍조가 가장 심각한 편이기 때문이다. 2009년 돼지독감 예방 백신을 정부 차원에서 대량 준비했다가 불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수백만명분을 소각한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고 프랑스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이 사건은 백신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키운 계기였다.
프랑스인 중에서는 코로나 백신이 거대 제약사의 돈벌이 수단이라는 반감을 가진 사람도 꽤 많다. 오래전부터 프랑스는 항생제와 우울증 치료제 사용이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이를 이용해 제약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소셜 미디어에는 정부와 제약사가 결탁해 백신 장사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일부 의사나 의과대학 교수 같은 전문가가 공개적인 코로나 백신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불신을 키우는 데 한몫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백신을 기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 조사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을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프랑스인은 40%에 그쳤다. 같은 입소스의 조사에서 백신을 맞을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8월 59%, 10월 54%였던 것과 비교하면 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 기피 현상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정부의 준비와 홍보 부족을 지적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 백신의 안전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을 가진 이들을 정부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트위터에 “이성과 과학이 우리를 인도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콧방귀를 뀌는 사람이 많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1월말이 되면 다른 나라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