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폭설이 스페인을 강타했다. 9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마드리드에 50㎝가량의 눈이 내린 것을 포함해 스페인 전역에서 수십㎝의 눈이 쌓였다. 스페인 기상청은 마드리드 시내에서 1971년 이후 하루 최다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폭설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스페인 전역에서 650여개 도로가 폐쇄됐다. 전체 50주(州) 가운데 36주가 대설 주의보를 내렸다. 마드리드 바라하스공항의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고, 마드리드와 지방을 오가는 열차도 대부분 운행이 취소됐다. 마드리드시는 11일부터 이틀간 일선 초중고와 대학에 휴교령을 내렸다.
마드리드 외곽의 고속도로에는 1000대가 넘는 차량이 눈 속에 갇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쇼핑센터 경비원 산드라 모레나는 “평소 15분 걸리는 출근길이지만 꼼짝없이 차 안에서 12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탈출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그는 긴급 제설 작업에 나선 군인들 덕분에 구조됐다. 마드리드에서 54세 남성이 눈 더미 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비롯해 적어도 4명이 이날 폭설로 숨졌다. 진풍경도 벌어졌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번화한 그란비아거리에는 스키를 타는 시민들이 등장했고, 시내 언덕에는 썰매나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폭설이 내린 이유에 대해 스페인 기상청은 폭우를 일으키던 ‘필로메나’라는 태풍이 남쪽에서 북상하면서 이베리아반도에 정체돼 있던 차가운 공기 덩어리와 만나 거대한 눈 폭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폭설뿐 아니라 연초부터 이상 한파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 7일 북서부 소도시 레온의 해발 1874m 지점에 있는 기상 관측소에서 영하 35.8도의 기온이 측정됐다. 스페인에서 측정된 기온으로는 역대 최저치로, 필로메나 태풍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스페인 기상청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