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AFP 연합뉴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럽보다는 북한과 대화를 더 많이 했다고 개탄했다. 미국 대통령이 전통의 우방인 유럽을 등한시했다고 지적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이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셸 의장은 벨기에 총리(2014~2019년)를 지낸 뒤 2019년 12월부터 EU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미셸 의장은 24일(현지 시각) 프랑스의 유럽1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몇 년 사이 유럽과 미국 사이의 관계가 손상됐다”며 “불행하게도 농담이 아니라 미국의 전임 대통령(트럼프)이 유럽 국가들보다 북한과 더 많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신임 미 대통령과는 보다 정상적이고 보다 존중할만한 대화가 가능하고, 기후 문제와 같은 우리에게 중요한 몇 가지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과) 강한 동맹 관계를 맺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EPA 연합뉴스

미셸 의장은 “그러나 나는 매우 현실적”이라며 “트럼프가 미국 내부에 끼친 영향이 바이든의 취임 선서와 함께 사라지진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구축된 미국 정부의 유럽에 대한 스탠스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는 “통상, 중국, IT 기업 규제 등의 이슈와 관련해 미국과 즉각적인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그래도 더 많은 대화, 더 많은 합리성, 더 많은 상식 등을 위한 공간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올해 영국이 의장국인 G7 정상회의 로고/영국 총리실

EU는 바이든을 EU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EU 회의는 아니지만 바이든은 오는 6월 11일부터 사흘간 영국 콘월지방에서 열리는 G7(선진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등 4명의 유럽 주요국 지도자와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