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 연합) 4대 회원국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한꺼번에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백신을 접종한 뒤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르자 유럽의약품청(EMA)를 중심으로 전문가 집단의 추가적인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멈추겠다는 것이다.
15일(현지 시각) AP·AFP통신에 따르면,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슈판 장관은 “이 백신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좀 더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부작용이 백신 접종의 효과를 넘어서면 안된다”고 했다.
이 같은 독일의 발표가 나온 직후 프랑스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EMA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일시적으로 멈추겠다고 선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MA로부터) 안전하다는 재평가가 나와 다시 접종을 재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탈리아·스페인 역시 독일·프랑스와 비슷한 시각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전국에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3명의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되면서 지난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중 2가지 제조번호에 대해 부분적으로 접종 중단을 내렸지만, 이날 독일·프랑스와 발을 맞춰 전국적으로 접종을 일시중단하기로 했다. 스페인에서는 카롤리나 다리아스 보건부 장관이 최소 2주 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EU 4대 국가에 앞서 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까지 적어도 8개국이 전국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했고, 오스트리아·루마니아·룩셈부르크·발트3국 등 적어도 6국은 특정 제조번호를 가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접종을 일시 멈췄다. EMA는 빠르면 오는 1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재개해도 될 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개발한 영국에서는 이 백신이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까다로운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14일 낸 성명에서 그동안 자사 백신을 접종한 1700만명에 대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접종 후 혈전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계속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미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아직까지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 보고된 사망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스와미나탄 박사는 결핵과 에이즈 바이러스 연구로 명성이 높은 인도 출신 소아과 전문의 겸 임상 의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