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용품 기업 아디다스 소유주이자 프로축구팀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구단주였으며 장관·국회의원도 지낸 프랑스 정·재계 거물인 베르나르 타피(78)의 자택에 강도가 침입한 사건으로 프랑스가 떠들썩하다. 타피 부부가 심하게 얼굴을 폭행당한 사진을 공개해 프랑스인들이 충격을 표시하고 있다.
뉴스채널 BFM TV에 따르면, 토요일이었던 지난 3일 자정쯤 파리 남동쪽 교외도시 콩-라-빌에 있는 타피 부부의 자택에 4인조 강도가 들었다. 복면을 한 강도들은 장갑을 끼고 잠을 자고 있던 타피 부부를 깨워 무차별적으로 구타한 다음 전깃줄로 묶어두고 집안을 뒤져 롤렉스 시계, 팔찌, 반지 등을 훔쳐 달아났다.
강도들은 “금고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지만 타피는 원래 집안에 금고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 이튿날 타피의 부인 도미니크가 결박을 풀고 이웃집에 가서 경찰에 신고했다.
타피 부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타피는 왼쪽 눈이 터져 빨갛게 됐으며, 입가와 오른쪽 뺨에 피멍이 들었다. 부인 도미니크도 얼굴, 눈, 코, 입에 피멍이 가득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잔뜩 부어올라 있었다. 타피는 곤봉으로 머리를 얻어 맞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타피는 2018년부터 위암과 식도암으로 투병중이다.
타피는 부실 기업을 인수한 뒤 정상화시켜 매각하는 방식으로 1970~80년대 큰 돈을 벌어들인 사업가였다. 1990~1993년 아디다스를 소유했다가 매각했고, 프로축구 리그앙의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를 1986년부터 10년간 소유했다. 1990년대에 지역사회장관, 하원 의원, 유럽의회 의원 등을 지냈다.
타피 부부의 아들인 스테판 타피는 BFM TV에 화상으로 출연해 “부모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며 “강도들은 그 집에 우리 부모가 산다는 정보를 듣고 치밀하게 준비해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했다.
타피의 자택 앞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만 강도들은 카메라 사각 지대인 집 뒤쪽의 창문 하나를 뜯고 침입했다. 오랫동안 타피의 집을 연구해왔다는 얘기다. 1층에는 경비원이 한 명 있었지만 잠을 자느라 강도들이 들어온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타피 부부는 입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 심리 상담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타피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프랑스 검찰은 심각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타피가 사는 지방 검찰청이 아니라 파리 검찰청에 수사를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