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에서 독립한 리투아니아는 발트해에 접한 인구 280만명의 작은 나라다. 중국 인구의 500분의 1에 불과한 이 나라가 중국에 맞서 어떤 나라보다 강경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지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중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17+1 정상회의'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17+1 정상회의'는 중국이 동유럽 17국과 대규모 인프라 공사 및 문화 교류를 논의하는 협력 체계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따라 동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부터 매년 한 차례 17국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리투아니아가 이 모임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한 것은 중국에 대한 도발이나 마찬가지다.
란즈베르지스 장관은 “EU 회원국이라면 ’17+1 체제'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EU 27회원국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리투아니아가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투아니아는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만 지난 3월 대만에 무역 대표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게다가 리투아니아 의회는 지난 20일 신장 위구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해에는 수도 빌뉴스에서 홍콩의 반중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고, 당시 이 시위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를 란즈베르지스 외무장관이 초치해 경고를 줬다.
국토 면적이 중국의 147분의 1에 불과한 리투아니아가 중국에 강경하게 맞서는 이유는 약소국으로서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EU가 최근 중국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자 이런 흐름에 맞춰 서방 강대국 편에 섰다는 눈도장을 받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2월 중국 보안·검색 장비 제조 업체 뉵텍(Nuctech·퉁팡웨이스) 제품의 반입을 금지했는데, 이 회사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자 그대로 따른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러시아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리투아니아로서는 유사시 미국·EU의 도움 없이 버티기 어렵다”며 “중국과 대립하는 것은 서방에 다가가기 위한 실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소련 지배 체제에서 오랫동안 공산당에 시달려온 리투아니아인들이 공산당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서방 언론들은 분석한다.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리투아니아는 중국 같은 대국에 맞설 만한 나라가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