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제호

프랑스를 대표하는 일간지인 르몽드(Le Monde)가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내용의 분석 기사를 1일자에 게재했다. 르몽드는 ‘젊은층으로부터 외면받는 한국 대통령, 문재인(Le président sud-coréen, Moon Jae-in, abandonné par la jeunesse)’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이날 발행한 신문의 34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르몽드는 프랑스 지식인들이 즐겨보는 권위 있는 신문이며, 중도좌파 성향이다.

르몽드는 “4년전 진보주의자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건 젊은이들이었다”며 “지금 이 젊은층이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를 위협하면서 다음 대선에서 보수 우파가 권력을 잡게 될 위험이 커졌다”고 했다. 르몽드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가장 낮은 29%까지 하락했다가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덕분에 34%까지 회복했다”면서도 “2018년 9월 평양에서 김정은과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지지율인 80%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르몽드는 1일자에서 ‘젊은층으로부터 외면받는 한국 대통령, 문재인(Le président sud-coréen, Moon Jae-in, abandonné par la jeunesse)’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르몽드

르몽드는 “한국 청년들은 경제 분야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가치의 문제에서 더 이상 설득력이 없으며, 북한과의 관계에서 실패한 권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르몽드는 이어 “이런 청년층의 (문 대통령에 대한) 거부는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패배한 것을 설명해준다”며 “민주당은 수도 서울과 제2의 도시 부산을 빼앗겼다”고 했다.

르몽드는 “20대 유권자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거의 30%포인트 떨어졌다”며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20대 청년들은 민주당이 젠더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20대 남성들은 앞선 세대의 잘못에 따른 대가를 자신들이 치른다고 생각하고 있고, 20대 여성들은 성추행 혐의를 받다가 자살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민주당이 업적을 찬양한 것에 대해 실망하거나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르몽드가 문 대통령의 젊은층 지지율 하락을 분석한 기사는 1일자 34면 톱기사였다./르몽드

르몽드는 이어 “민주당은 청년 실업률을 줄이는 데 실패했고, 정부도 작년 초 이후 28% 급등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이 등을 돌리는 원인을 하나하나 짚었다.

르몽드는 또한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연속적인 스캔들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했다. 르몽드는 “검찰 개혁을 맡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가족들을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으로 사임했고, 올해 초에는 LH공사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정 행위가 드러나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이는 르몽드의 필리프 메스메 도쿄 특파원이다. 도쿄에 상주하면서 일본과 남·북한을 맡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한국만 전담하는 특파원은 두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 분석 기사를 쓴 필리프 메스메 르몽드 도쿄 특파원.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의 모습이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르몽드는 ‘꼰대(kkondae)’와 ‘헬조선(Hell Joseon)’이라는 표현도 소개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이서호 연구원이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을 인용해 “한국의 남녀 젊은이들은 ‘한국판 베이비부머’라고 할 수 있는 ‘꼰대’들에 대한 반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꼰대’란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청년들에게 거만하게 훈수나 두는 나이 먹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르몽드는 “한국의 586세대의 대다수가 민주당 지지자들이며 권력을 쥐고 있다”며 “스스로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어려움을 겪는 한국 청년들은 ‘촛불 혁명’에 참여해 민주당의 정권 창출에 기여했으나 ‘꼰대’들의 위선을 참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