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강경하게 맞서는 외교 전략으로 주목받아온 유럽 발트해의 소국 리투아니아가 이번에는 대만에 백신을 보내기로 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대만에 백신을 지원하는 것은 리투아니아가 처음이다.
2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보건부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2만회분을 대만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 물량은 9월까지 대만에 전달될 예정이다. 미국이 지난 20일 모더나 백신 250만회분을 대만으로 보냈다고 밝히자 리투아니아도 이틀 만에 동참한 것이다. 코로나 모범 방역국이었던 대만은 최근 코로나 확진자 급증과 백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백신 기부는 지난해 대만이 마스크 10만장을 리투아니아에 보내준 데 대한 보답의 성격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잉그리다 시모니테 리투아니아 총리는 “(대만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지만 우리 능력껏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 말했고, 가브렐리우스 란베르지스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작은 일이지만 대만 사람들과 연대를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배려한다”고 적었다. 중국을 은근히 겨냥하면서 대만을 지지하는 표현이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에 리투아니아어로 고맙다는 말을 쓴 뒤, “리투아니아가 자유를 얻기 위한 힘든 과정을 겪어 대만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했다. 리투아니아가 옛소련 지배 체제 하에서 고초를 겪어 동병상련이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우자오셰 외교부장관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인구 280만명의 리투아니아는 중국 인구의 500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강경한 대중국 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3월에 대만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5월에는 시진핑 주석이 동유럽 정상들과 매년 한 차례 모이는 ’17+1 정상회의'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리투아니아가 반중 노선을 걷는 것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는 약소국으로서 미국 등 서방의 도움을 얻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