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켄싱턴궁 정원.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39)과 해리 왕손(37) 형제가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1961~1997)의 동상을 공개했다. 형제가 초록색 천을 잡아당기자 다이애나가 어린아이 셋과 함께 있는 형상의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다이애나가 살아 있었다면 만 60세 생일을 맞는 날이었고, 켄싱턴궁 정원은 생전의 다이애나가 즐겨 찾던 곳이다.
조각가 이언 랭크-브로들리가 제작한 이 동상의 디자인은 이날 제막식이 열리기 전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영국 언론들은 이 동상이 1993년 발행된 다이애나의 크리스마스 카드에 실린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남편 찰스 왕세자와 불화를 겪던 다이애나는 찰스 없이 두 아들하고만 크리스마스 카드용 사진을 찍었다.
한동안 서먹하게 지냈던 윌리엄과 해리 형제는 이날 마주보며 활짝 웃었다. 두 사람은 함께 성명을 내고 “어머니가 우리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동상이 어머니 삶의 상징으로 영원히 여겨지길 바란다”며 “어머니를 기억해주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1997년 8월 31일 다이애나가 파파라치들을 따돌리려다 벌어진 비극적인 차량 전복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윌리엄은 15세, 해리는 13세였다.
두 사람의 사이가 서먹해지기 시작한 것은 2018년 5월 해리가 할리우드 혼혈 배우였던 메건 마클과 결혼하면서다. 해리의 결혼식 이후 윌리엄의 아내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과 해리의 아내 마클 사이에 다툼이 잦았고, 형제 사이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해리는 작년 1월 왕실에서 독립하겠다고 선언하고 캐나다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특히 해리 부부는 지난 3월 미 CBS 인터뷰에서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폭탄 발언으로 왕실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형제는 지난 4월 할아버지인 필립공 장례식에서 만났지만 자리가 서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눈 시간이 짧았다. 일간 데일리메일은 “최근 18개월간 서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던 두 형제가 제막식에서 만나 잉글랜드의 유로 2020 16강전 승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번 제막식은 다이애나의 남동생 스펜서 백작 등 왕실 가족 등 소수만 참석해 조촐하게 치러졌다. 찰스 왕세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BBC는 “형제가 제막식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앙금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