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지어진 지중해 몰타의 세인트 엘모 요새 앞으로 대형 크루즈선이 지나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지중해 섬나라 몰타가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지 않은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감염 여부를 따지지 않고 아예 입국을 거부한 것은 유럽에서는 첫 사례다.

9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 펀 몰타 보건부 장관은 오는 14일부터 EU 27회원국 및 영국이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가진 사람만 입국이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몰타의 이 같은 조치는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한 단계 수위가 높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백신 접종을 2차례 마쳤다고 증빙하거나 입국 직전 48시간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결과를 제시하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몰타도 13일까지는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도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증빙을 하는 사람에게 입국을 허용한다. 그러나 14일부터는 검사 결과와 상관 없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입국을 막는다.

또한 EU 27회원국과 영국의 국민이 아닌 외국인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입국이 사실상 금지될 전망이다. 펀 보건부 장관은 “14일부터 미국을 비롯한 다른 대륙 국민은 입국이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몰타는 십자군 원정 시대부터 이어온 유구한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 섬이다.

인구 50만명의 섬나라 몰타는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휴양지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한국인 관광객들도 자주 방문했다.

몰타는 인구가 적은 덕분에 전체 국민의 80%가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 또는 영어학교 재학생 때문에 델타 변이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몰타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라서 영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몰타 정부는 당분간 EU와 영국 거주자이면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만 입국시키더라도 국토가 작은 나라 여건상 관광산업이 굴러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