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 21일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페드로 산체스 총리. 그는 뉴욕에서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스페인에서는 백신 거부 운동이 없다"고 강조했다./EPA 연합뉴스

“스페인에서는 백신 접종 반대운동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이건 코로나 사태에서 빨리 벗어나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

지난 21일 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 뉴욕의 월가를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부 시민들이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을 하고 있는 영국·독일·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과는 다르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스페인은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주요 선진국들보다 접종률이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28일(현지 시각)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5대 국가 가운데 스페인은 백신을 2회 차까지 모두 접종받은 국민의 비율이 55.9%로, 세계 최초 코로나 백신 접종 국가인 영국(55.2%)을 추월했다. 독일(49.9%), 프랑스(45.3%), 이탈리아(49.8%)보다도 확실히 높다.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은 국민의 비율로 보더라도 스페인은 66.3%로, 영국(68.7%)에만 뒤질 뿐 독일(60.7%), 프랑스(59.1%), 이탈리아(62.4%)를 앞서고 있다. 스페인은 접종 초기에는 영국⋅독일 등에 비해 속도가 느린 편이었지만 여름 들어 백신 공급이 원활해지자 서방국가 중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하게 됐다.

스페인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진이 백신을 신뢰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전체 의료진의 90% 이상이 백신을 맞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이 비율이 42%에 그친다. 프랑스에서는 의료진 중 일부가 백신 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의료진의 태도는 일반 국민의 백신에 대한 신뢰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 5월 스페인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백신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서방국가 중에서는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모스 가르시아 스페인백신협회 회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백신을 맞도록 강력하게 권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다”며 “스페인에서 어린이들의 일반적인 백신 접종률은 95% 수준에 이른다”고 했다.

스페인은 주별로 방역 정책을 독자적으로 집행한다. 이에 따라 지방별로 백신 확보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백신을 들여오면 주지사들이 서로 빨리 달라며 아우성이라는 것이다. AP통신은 “백신을 맞으러 갈 때 서류를 작성하거나 지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다른 나라에 비해 스페인이 최소화한 것도 접종률이 높은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