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에서 ‘유럽 1등’으로 올라선 스페인이 일명 ‘부스터 샷’으로 불리는 3차 접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3차 접종이 유럽에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카롤리나 다리아스 스페인 보건부 장관은 7월 30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모든 상황이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들이 기존 의료 시스템이 제공하는 보호 수준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리아스 장관은 “EU는 화이자 및 모더나와 새로운 (백신 도입) 계약을 했다”며 “우리가 3차 접종과 관련해 결정이 필요한 것은 언제 시작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리아스 장관은 ‘스페인 거주자들이 매년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이 그렇다. 가능하다면 모든 사람에게 계속 접종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과학계에서는 아직 3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립되지 않았지만 백신 공급이 충분한 국가를 중심으로 3차 접종으로 국민들의 항체를 키우려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이달 1일부터 세계 최초로 3차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이 대표 사례다.
유럽에서는 앞서 지난달 헝가리가 3차 접종 방침을 시사했지만 중국산 ‘물 백신’을 대량 접종했다가 효능에 의문이 생겨 3차 접종을 계획했다는 점에서 스페인과는 경우가 다르다. 다른 EU 국가들이 그렇듯 스페인에서 접종하는 백신은 대부분 화이자 또는 모더나 제품이다.
스페인이 3차 접종 방침을 밝힌 배경으로는 독보적으로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7월 29일까지 전체 국민의 57.6%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미성년자가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례는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성인 인구로만 따지면 10명 가운데 7명이 2차 접종까지 마쳤다는 뜻이다.
57.6%인 스페인의 2차 접종 완료자 비율은 유럽에서 인구 1000만명 이상인 나라 가운데 가장 높다. 세계 최초 코로나 백신 접종 국가인 영국(56.2%)보다 높고 독일(51.6%), 프랑스(47.1%), 이탈리아(52%)를 멀찍이 따돌리고 있다. 전세계를 통틀어서도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2차 접종자 비율이 스페인보다 높은 나라는 캐나다(59%)와 칠레(63.7%)뿐인데, 칠레는 중국산 백신을 대량으로 접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최근 “백신 접종으로는 스페인이 금메달”이라고 했다. 스페인에서 접종 속도가 빠른 결정적인 이유는 상당수 서방 국가에서 만연된 백신 거부 운동이 벌어지지 않아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달 투자 유치를 위해 뉴욕 월가를 방문했을 때 “스페인에서는 백신 반대 운동이 없어 코로나 사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 외에도 3차 접종을 시행하는 유럽 국가들이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오는 9월부터 50대 이상과 면역 취약자 3200만명을 대상으로 3차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그동안 자국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력 백신으로 삼았지만 3차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비율을 대폭 줄이고 화이자 또는 모더나 제품을 주로 접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3차 접종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면역 취약자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원할 경우 3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