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데려온 아프간인 가운데 5명이 탈레반과 연계돼 있다는 증거가 포착됐다. 놀란 프랑스 정부는 이들에 대해 감시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프랑스 일각에서는 테러 위험이 있다며 이들을 즉시 추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일간 르피가로는 지난 18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파리로 데려온 아프간인 가운데 26세 낭지알레라는 남성과 30세 아마드라는 남성이 탈레반 소속이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이들 두 사람 및 주변인물 3명 등 모두 5명에 대해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감시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국방부 정보부대는 30세 아마드가 탈레반이 카불을 손에 넣던 지난 15일이 되기 며칠전 카불 시내에서 총을 들고 서 있는 영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아프간에서 탈출시켜 데려온 사람이 탈레반 전사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르피가로는 26세 낭지알레는 탈레반에서 무기를 운반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감시 명령이 내려진 아프간인 5명은 파리 북쪽 외곽 생-센-드니의 한 호텔에서 군경의 감시를 받고 있다. 그중 한 명은 감시 규정을 위반했다가 체포돼 유치장에 감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르마냉 장관은 이들을 파리로 데려온 이유에 대해 “카불 주재 프랑스대사관 직원들이 대피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프랑스에 도움을 줬으면서도 탈레반 소속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프랑스 내무부와 정보당국은 이들 5명의 신원과 행적에 대해 정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른 아프간인 입국자들에 대해서도 테러 위험이 없는지 다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이후 특별기를 띄워 자국인들과 아프간에 주둔한 프랑스군을 도운 아프간인 등 약 2000명을 아부다비를 거쳐 프랑스로 데려왔다. 다르마냉 장관은 “프랑스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15년 동시다발 테러로 160여명이 숨진 파리에서는 극도의 경계감을 표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문제의 아프간인들을 즉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파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자비에 베르트랑은 “즉시 추방하라”고 트위터를 통해 요구했다.
프랑스에 도착한 아프간인들은 대부분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보건당국의 골치도 아프게 하고 있다. 아프간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코로나 고위험 국가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