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시가 30일(현지 시각)부터 시내 대부분 도로에서 차량 최고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첨예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부터 파리 외곽순환도로인 페리페리크는 시속 70km, 샹젤리제는 시속 50km까지 달릴 수 있도록 예외를 적용하지만 나머지 도로는 모두 시속 30km 이하로 달려야 한다.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에도 적용된다.
이 같은 차량 속도 제한 조치는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사회당 소속인 이달고 시장은 차량 통행을 줄여 파리를 환경 친화적인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자주 피력해왔다.
배기가스 오염과 차량 소음을 줄이려면 차량 통행을 줄여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차를 몰고 다니기 불편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달고 시장의 지론이다. 시속 30km 제한은 이달고 시장이 지난해 재선에 성공할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시속 30km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4년째 우버 기사를 하고 있다는 리노라는 남성은 “거의 기어가는 속도로만 다니라는 것이냐”며 “자동차라는 탈것을 통째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 기사들의 불만도 점증되고 있다. 택시 업계는 속도 제한으로 매출이 15%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사카주파리’라는 속도제한 반대 모임은 “보기 흉한 자전거 도로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녹색당을 비롯한 친환경 운동가나 사회당 지지자들은 이달고 시장의 차량 통행 억제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자전거를 주로 타고 다니는 시민들도 환영하고 있다. 또한 야외 좌석이 많은 특징이 있는 파리의 식당·카페 운영자 사이에서는 소음이 줄어 영업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속도 제한에 찬성하는 이들 중에서는 길이 좁고 교통 체증이 심한 파리에서 이미 자동차 평균 속도가 20km대 안팎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규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요즘 파리에서도 음식 배달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배달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시속 30km를 준수하면서 빠른 배달을 하기는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반면, 한편에서는 배달을 위해 위험한 질주를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일하는 여건이 좋아진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파리시가 시속 30km 이상으로 주행하면 불법이라고 규정한 이상 지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배달업체인 우버 이츠는 모든 배달원들에게 규정 속도를 지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유럽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시내에서 차량 속도를 제한하는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파리 이전에 프랑스에서도 릴, 그르노블에서 비슷한 제도가 시행중이다. 벨기에 브뤼셀과 스페인 빌바오에서도 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