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스라엘이 백신을 맞은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격리 절차 없이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소수의 국가끼리 협정을 맺어 서로 관광객이 오갈 때 검역·격리 절차를 생략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과 달리 이스라엘은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를 원칙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보건부와 관광부는 13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다음 달 23일부터 백신을 맞은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입국 관광객은 출발하기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며, 도착해서는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돼 항체를 갖고 있다는 증명을 한 뒤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절차만 지키면 원칙적으로 국적과 무관하게, 격리 없이 이스라엘에 입국할 수 있게 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다만 한 번에 문을 모두 열지는 않고 단계적으로 외국인 입국 대상자를 늘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집단 통제가 가능하고 추적이 쉬운 단체 관광객만 받아들이고, 개별 여행객은 감염률 추이를 봐서 추가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입국하는 외국인 숫자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하루 최대치를 정해놓고 조절할 계획이라고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집중적인 백신 접종이 효과를 내면서 외국인들이 몰려와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12일까지 전 국민의 61.6%인 533만명이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다. 국민의 57.2%는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성인은 대부분 접종을 마쳐 20대도 4명 중 3명꼴로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다.
이스라엘은 코로나와 관련해 국경 통제 수위가 높았던 나라다. 지난 1월 말 3차 봉쇄를 내렸을 때는 한동안 자국인 입국마저 막은 적이 있다. 외국인에 대해서는 작년 3월 이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입국을 막았다. 하지만 지난주 이스라엘에 친인척이 있는 외국인 입국을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국경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오리트 파르카시-하코헨 관광장관은 “계속해서 더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이스라엘인들에게 절실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