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27일)에 앞서 ‘코로나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26일 발표했다.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으면 6월부터 직계가족 모임 ‘8인까지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고, 7월부터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된다. 중대본은 이날 “접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방역 수칙을 단계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방역수칙 조정은 6월(1단계)·7월(2단계)·10월 이후(3단계) 등 3차례에 걸쳐 시행된다. 당장 6월 1일부터는 1차 접종을 받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노인복지관·경로당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조부모 2인이 접종을 받았다면 8인까지 묶어둔 직계가족 모임 제한 인원에 2명이 추가돼 10명까지 가족 모임이 가능해진다.
7월부터는 방역 조치가 더 완화돼 1차 접종자는 ‘야외 노마스크’가 허용되고, 2차 접종을 끝낸 사람은 5인 이상 사적 모임에 제외되는 혜택도 준다. 정부의 접종 계획대로 9월까지 전 국민의 70% 이상 1차 접종이 마무리된다면, 3단계 방역 완화 조치가 이뤄지는 10월부터는 실내에서도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완화될 전망이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복지부 장관)은 “이제는 백신 접종에 집중할 시간”이라며 “지금 접종을 예약하면 이번 여름엔 2차 접종까지 완료할 수 있고, 이번 여름부터 단계적으로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접종률을 빨리 끌어올려야 사망자를 한 명이라도 줄이고, 빠른 확산이 우려되는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특히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으로 불안감을 해소하고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게 현재 방역의 최대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근화 한양대의대 교수는 “미국은 한때 하루 사망자가 3000명을 웃돌다 성인 접종 완료자가 50%를 넘기면서 마스크를 벗고 오는 7월 4일 코로나 독립 해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고, 하루라도 우리 모두의 일상 생활 회복 시점을 당기려면 빠른 접종이 핵심”이라고 했다.
성인 50% 맞은 美 일상회복… ‘백신 지각생’ 대만·베트남 확진 급증
세계 각국은 지난 연말 이래 6개월여간 코로나 백신 보급률에 따라 극명한 갈림길을 걷고 있다. 백신 속도전에 성공한 나라는 코로나 불황에서 빠르게 탈출하며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러지 못한 나라는 그전에 잘나갔더라도 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추락하고 있다.
같은 미주 대륙에 속한 미국과 브라질 사례는 극단적 차이를 보여준다. 미국은 25일 현재 18세 이상 성인의 50% 이상이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고, 62%는 1차례 이상 맞았다. 오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인구 70% 이상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 ‘코로나 독립’을 선포한다는 바이든 정부의 계획이 착착 진행 중이다. 일일 확진자·사망자는 눈에 띄게 감소 중이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백신 접종자의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침을 해제했다. 최대 도시 뉴욕을 포함한 대부분 주정부와 대도시들은 공공·상업 시설을 100% 재개장했고, 각 기업도 속속 대면 출근에 돌입했다. 12~15세 청소년도 백신 접종 대열에 합류하면서 올 9월 가을학기부터는 대면 등교가 전면화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 경제 성장률이 6.4%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조 바이든 대통령 국정 지지율도 50%대 고공 행진 중이다.
반면 지난해 미국과 함께 코로나 초기 방역 실패로 ‘양대 코로나 진앙’으로 꼽혔던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은 여전히 늪에 빠져 있다. 백신 도입에 손을 놨다가 뒤늦게 중국산 백신을 도입했지만 현재 접종 완료율은 9%대에 불과하다. 브라질의 사망자 수는 45만명이다. 미국을 제치고 인구당 사망자 수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경제가 초토화되면서, 기존 온두라스·과테말라 같은 중남미 빈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불법 이민자 행렬에 남미 부국 브라질 국민이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높았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 들어 20%대로 추락, 의회에 탄핵 발의서가 수백건 접수될 정도로 위기에 몰려있다.
유럽에서 백신 보급이 가장 빠른 영국은 일상을 가장 먼저 회복하고 있다.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은 성인 비율이 72.5%에 달한다. 지난 3월 8일 이후 초·중·고 학생들은 원격 수업을 중단하고 매일 등교하고 있다. 한발 빠른 백신 정책이 성공하면서 지난 6일 치른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압승을 거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이 올해 5.1% 성장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국, 3.9% 예상)을 크게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렸던 독일·프랑스 등 EU(유럽연합) 국가들도 4월 이후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봉쇄 조치를 하나둘 완화해 일상을 되찾고 있다. EU에서는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25일 기준 전체 인구의 32%대에 이른다. EU는 백신 접종자들이 EU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 증명서를 늦어도 6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63%로 세계 1위인 이스라엘은 사실상 집단면역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부터 단계적으로 봉쇄를 완화했으며, 6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방역 지침을 없앨 예정이다.
반면 백신 보급이 더뎌 코로나 피해가 큰 대표적인 나라 인도는 4월 1일 이후 25일까지 무려 1493만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 기간 사망자가 14만8400여 명에 이른다.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4월 인도 센섹스 주가지수는 2월 대비 8.5% 하락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2일 결과가 나온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모디는 6월 초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았지만 인도 내 코로나 사태가 워낙 심각하다며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모범 방역 국가로 찬사를 받았던 대만도 백신이 부족해 최근 나락에 빠졌다. 작년 2월 첫 코로나 환자 발견 이후 올해 4월까지 확진자가 1129명에 그쳤던 대만은 이달 들어 25일까지 4327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상황이 돌변했다. 물샐틈없이 방역을 한다고 자부했지만 백신 접종률이 전체 인구의 1%대에 그친 탓에 확진자 급증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이다. 대만과 더불어 모범 방역국으로 꼽힌 베트남 역시 백신 접종률이 1%대에 그치는 바람에 4월까지 1년 2개월간 확진자(2928명)와 이달 들어 25일까지 확진자(2845명)가 엇비슷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