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할 때가 다가온 불편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국토 사이즈가 작은 캐나다·호주형 국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캐나다·호주의 지리·경제적 특성이 뭔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 넓은 잘사는 나라다. 그런 가운데 소수 대도시에 몰려 살고 있고, 그런 곳은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뛰고 있다.

먼저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 집값은 2000년에서 2022년 사이 5.3배 상승했다. 그 사이 캐나다의 1인당 GDP는 2.3배 올랐다. 토론토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경제성장보다 배 이상 빨랐다는 얘기다. 부촌이라는 로즈데일의 경우 방 2개짜리 신축 주택이 우리 돈 58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월세도 연동되기 마련이다. 방 하나짜리도 월세가 250만원쯤에 달한다. 거주비를 감당 못 해 토론토에서 중소 도시로 이주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다음으로 호주. 현지 부동산 정보 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시드니의 주택 중위 가격은 1992년 이후 30년간 6.1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3.8배)을 크게 웃돌았다. 잘사는 동네로 꼽히는 에지클리프에서는 방 2개짜리 낡은 매물이 26억원쯤에 나와 있다.

토론토·시드니의 집값 상승 속도가 비명 나올 정도로 빨랐던 이유 중 하나는 ‘차이나 머니’의 공습이다. 중국인 부호들이 ‘미국이 아니면서 부유하고 안전한 도시’에 앞다퉈 투자한 결과다. 토론토 못지않게 집값 비싼 밴쿠버는 하도 중국인이 많아 ‘홍쿠버(홍콩+밴쿠버)’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 신반포15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통해 탄생한 아파트로 분양가격은 3.3㎡(평) 당 6737만원이다./뉴스1

이젠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작년 연말 기준으로 외국인 소유 국내 주택은 9만채가 넘는다. 그중 중국인이 절반이 넘는 5만328채의 주인이다. 중국인들의 매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만 외국인 소유 국내 주택은 4230채 늘었고, 그중 71%를 중국인이 쓸어담았다.

지금은 수도권 쏠림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강남을 비롯한 서울 요지만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다수 한국인이 엄두 못 내는 비싼 서울 아파트를 중국 ‘큰손’들이 대거 사들인다면 집값 양극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캐나다·호주는 중국인 투자를 억누르며 과열된 주택 시장을 식히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작년부터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외국인의 주거용 부동산 구입을 금지하는 강수를 뒀다. 호주는 지난해 외국인이 신축 아닌 집을 살 때 취득세를 3배 올렸다.

우리도 적절한 제동장치를 달아야 할 시점이 됐다. 수십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매입할 때 중국인들은 국내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불공평하다. 폐해는 그들이 거액의 차익을 얻는 운동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이 우리 사회의 경제적 계급 고착화에 불을 지르도록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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