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서툴고 무능하다"며 혹평한 비밀 외교전문이 공개돼 사임한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또 다른 외교 문건이 나왔다.

대럭 전 대사의 외교 문건을 지난 6일 폭로했던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를 평가한 대럭 전 대사의 다른 문건을 13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대럭 전 대사는 문건에서 "트럼프의 (이란 핵 합의 탈퇴라는) 행동은 외교적 반달리즘(파괴 행위)"이라며 "이것은 오바마에게 악의를 품고 괴롭히려는(spite) 개인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 핵 합의가 오바마의 거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는 오바마의 대표적인 외교 치적으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가 오바마를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했다고 대럭 전 대사는 평가한 것이다.

대럭 전 대사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 합의 파기 이후 어떠한 대책도 분명히 세우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유력한 차기 영국 총리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이 지난해 5월 외무장관이던 시절 미국을 방문해 이란 핵 합의를 미국이 유지할 것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간 직후 작성된 것이다.

영국 경찰은 외교 문건 유출이 '공직자 비밀 엄수법'에 위반된다고 경고했지만 데일리메일은 추가 폭로를 강행했다. 데일리메일은 "대럭 전 대사의 문건 내용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돼 있으며, 영국이 트럼프의 이란 핵 합의 탈퇴에 반대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중요한 정보를 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더타임스의 주말판인 선데이타임스는 대럭 전 대사의 외교 전문을 유출한 용의자의 신원을 경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의 과거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의 소행이며, 다양한 자료를 빼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용의자가 누구인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대럭 전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문건이 공개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럭 전 대사에 대해 "그와 상대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결국 대럭 전 대사는 지난 10일 사퇴했다.